달라진 보수의 거리 정치…'野 폭주' 계엄 도화선 알려져
3·1절 서울 집회 '12만' 폭발…보수 정당 광장 민심 눈치전
TK의원들 역시 존재감 실종
12·3 비상계엄 사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겪으며 보수 진영의 거리 정치 참여가 이례적인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에서 야당의 폭주 상황이 계엄 사태로 비로소 널리 알려졌고 전국 단위 선거에서 선출되는 유일한 공직인 대통령에 대한 수사, 그리고 탄핵심판 과정이 졸속을 거듭하는 등 극심한 난맥상을 노출하면서 공정에 예민한 2030 세대까지 더해졌다.
이러한 보수 진영의 적극적 정치 참여는 결국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 그간 어긋났던 절차적 민주주의를 정상으로 돌려놓는 디딤돌이 됐다.
보수 정당은 기성 정치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하며 두드러진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광장 민심 엿보기에만 공을 들여왔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TK)의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기존의 틀을 깨는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눈치보기에 급급해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보수 진영의 광장을 향한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조짐은 지난달 1일 부산역 광장 집회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든 윤 대통령 지지자 1만3천여 명(경찰 추산)은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했다.
일주일 뒤 대구에서 열린 동대구역 박정희 광장 집회에는 경찰 추산 5만2천여 명 인파가 운집했다. 지역 정가를 깜짝 놀라게 한 이날 집회는 대구 지역 정치 집회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광주 금남로 탄핵 반대 집회(15일)에 1만여 명, 대전 집회(22일)에 1만7천여 명이 모인 뒤 광장 정치의 화력은 3·1절 서울 집회에서 폭발했다. 당일 탄핵 찬성 진영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서울 광화문, 여의도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는 각각 6만5천 명, 5만5천 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야 5당이 주도한 탄핵 찬성 집회에 경찰 추산 최대 1만8천 명이 모인 것과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 포착됐다. 보수 진영이 광장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간 사법기관과 헌법재판소 수사·변론의 부당성에 많은 시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드러났다.
이처럼 광장 여론이 커가는 과정에서 보수 정당 국민의힘은 지도부 차원의 동참에 선을 그으며 의원 개인 차원의 참여에 집중했다. 광장을 이끌며 여론을 주도하는 게 아니라 커져가는 거리 정치의 울림에 편승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전평이다.
보수 진영 최대 지분을 보유한 TK 정치권은 12·3 계엄 사태 이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었던 TK 정가는 사태 추이를 살피며 눈치를 보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이긴 편이 우리 편'이라는 안이한 의식을 TK정치인들이 여전히 갖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TK에 재선, 다선, 중진 의원이 즐비하다.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 광장에서도, 여의도 국회에서도 선명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보수의 적자라는 자부심이 퇴색되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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