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협회가 지난달 한 제안 수용…당정대 비공개 긴급회의 열려
의료계 '만시지탄' 반응 "학생들 의외로 싸늘하더라"
의대 학장들 "정부 책임자 사퇴·교육부 확정적 태도 보여야 그나마 설득 될 것"
의대를 보유하고 있는 총장들이 내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 이전인 3천58명으로 되돌리는 안을 수용하는 결론을 내렸다. 의대 학장들의 요구를 총장들이 수용한 것인데 이 결정이 의대생의 학업 복귀와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복귀의 명분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학 총장들이 의대 학장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부 관련부처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 대통령실이 긴급 회의를 가졌고 7일에는 교육부가 의대 교육 내실화 방안 발표에 관련 내용이 담길지 여부도 주목의 대상이 됐다.
◆ 당정대 긴급회의…의대 학장 읍소에 나온 반응들
6일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복지부 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오후 긴급 비공개회의를 연다.
회의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과 여당인 국민의힘 측 인사들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전날 전국 40개 의대 대학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에 따르면 지난 5일 진행한 온라인 회의에서 다수의 총장이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천58명으로 하자는 의견을 낸 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 정리를 위해 모인 것으로 풀이된다.
의총협이 의대 모집 정원 환원안을 정부에 제출하기로 한 결정까지 회의 과정을 지켜본 교육부는 회의 직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6일이 되면서 "총장들 합의에 공감한다"며 협의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의총협의 결정은 지난달 19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가 각 의대가 속한 대학 총장들과 교육부에 "의대 정원을 증원 전 수준인 3천58명으로 동결하자"고 요청한 공문을 보낸 데 대한 답변으로 분석된다.
다만 휴학생의 전면적 복귀와 함께 의료계가 2027년 의대 정원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결정에 따른다는 전제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 의료계 "결정 환영하지만 넘어야 할 산 많아"
지역 의대 학장들도 의총협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정부의 결정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국 대한민국의 의학 교육이 완전히 무너지고 이는 한국 의료에까지 여파를 미치기 때문에 정부의 결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의대 학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의대 학장은 "전제 조건이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지만 일단은 각 대학 총장들도 이 사태가 내년까지 지속되면 교육 자체가 안 된다는 사실을 아시기에 내린 결정이라 생각하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은 많이 남아있다. 당장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이미 늦었다"며 호의적이지 않은 모습이다. 전공의들은 절반 이상이 일반의로 취직한데다 군 입대 문제까지 겹쳐 아무리 돌아가려고 해도 시간표가 맞지 않아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각 의대 교수들은 학생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학생들은 "당장 올해 교육이 안 될 게 뻔한 상황인데 여기에 대한 대책은 하나도 없다"며 정부를 불신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다른 의대 학장은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반응이 예측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학생들과 접촉이 많은 교수들부터 '학생들이 싸늘하다'고 반응을 들려주니 적어도 정부가 이들의 싸늘한 반응을 달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이 결정을 수용하고 의정갈등을 풀기 위한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인지 여부도 관건이다.
의협은 이미 김택우 회장이 교육부에게 "올해 의대 교육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라"고 말한 상태라 교육부의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큰 움직임이 없을 전망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원 여부만 언급해서 문제를 풀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적어도 올해 의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계획과 더 나아가서는 의정갈등을 불러일으킨 정부 책임자의 사퇴 정도는 돼야 움직일 정도로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태도가 강경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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