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로 국회 측 손을 들어 줬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 후보 임명을 보류한 것은 "국회의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재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헌재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허무는 결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최 권한대행은 마 후보를 임명해서는 안 된다. 국내 헌법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 교수에 따르면 헌재가 권한쟁의심판으로 최 권한대행에게 헌법상 권한 범위를 넘어선 위헌적 직무 행위를 강요할 권한이 없다. 선출직이 아니어서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脆弱)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재의 재판관 임명 결정을 따르는 것은 헌법상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이며, 권한쟁의심판은 확인 행위에 불과하고 헌법 재판은 비(非)강권 재판 즉 결정의 강제력이 없는 재판으로, 최 대행이 이를 따를 헌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마 후보 임명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認容)을 위한 결정적 포석(布石)임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최 권한대행은 헌재 결정을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 마 후보가 좌편향 정치 이념으로 논란을 빚어온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사실로 보아 마 후보가 임명되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보나 마나다. 이미 탄핵 인용 입장을 정해 놓은 재판관을 뒤늦게 재판에 투입해 판결한다는 것은 재판이 아니라 대통령 탄핵 인용을 위한 숫자 채우기, 즉 '정치 재판'에 불과하다.
마 후보에 대한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은 불법에 불법의 연속이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의결도 없이 국회의 이름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신청했다. 국회는 합의제 기관이고 국회의장 개인이 국회일 수 없기 때문에 국회의 이름으로 권한쟁의심판을 내려면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런 치명적 절차상 흠결이 문제가 되자 국회 측은 변론에서 "흠결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우 국회의장의 권한쟁의심판 신청이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 만큼 헌재는 바로 각하(却下)했어야 한다.
그러나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흠결을 없앨 기회를 줬다. 국회 측이 "흠결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하자 문 권한대행은 "본회의 의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느냐"고 물었고 4일 후 더불어민주당은 '마은혁 임명 촉구안'을 통과시켰다. 헌재와 민주당이 짜고 친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심리도 편파·졸속의 연속이었다. 헌재는 준비 절차 없이 지난달 22일 첫 변론기일을 열어 1시간 20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이 과정에 최 권한대행이 신청한 여야 합의 관련 증인 신문 등은 모두 기각했다. 이런 졸속 끝에 이달 3일 선고를 하려다 불과 2시간 앞서 연기했고, 추후 속개된 변론도 50분 만에 끝냈다. 철저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시간표에 맞춘 속도전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마은혁 임명 결정 이유도 오만(傲慢)의 극치다. 헌재는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은 국회의 권한이 침해받고 있는 데 대한 방어적 행위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고, 별도의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결론만 있고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논증(論證)은 없다는 점에서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별도의 본회의 의결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타당한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헌재 판결문은 국회라는 기관의 본질(本質)을 고의로 무시한 억지라는 점에서 수용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 각자는 국민을 대표한다. 따라서 국회의 권한은 국회의원들의 집단적 결정, 즉 의결로 성립한다고 봐야 한다. 우 국회의장의 권한쟁의심판 신청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그런 점에서 헌재의 마은혁 임명 결정 사유는 궤변(詭辯)이자 요설(妖說)이다. 헌재의 마 후보 임명 결정은 어떤 헌법적·법률적 정당성도 없다. 헌재가 헌재라는 권위를 악용해 불법에 합법의 외피를 씌우고,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헌재가 헌법과 법률을 농락(籠絡)했다는 말이다.
댓글 많은 뉴스
한동훈 "기꺼이 국민 지키는 개 될 것"…이재명 '개 눈' 발언 맞대응
무더기 '가족 채용'에도…헌재 "선관위 독립성 침해 안돼"
이재명 "계엄 당시 아무도 없는데 월담? 아내가 사진 찍어줬다" 尹측에 반박
마은혁 임명 길 터주고, 선관위 감사 위헌 결정…헌재의 시간 '의문 꼬리표'
중국인도 투표 가능한 한국 선거…누가 시작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