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염색산단 폐수 원인 규명, 행정 당국 사활 걸어라

입력 2025-02-27 05:00:00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공단천 폐수 미스터리가 미궁(迷宮)으로 빠져들고 있다. 24일 선홍색(鮮紅色) 폐수가 발견돼 행정 당국이 사실 확인에 착수한 지 만 하루도 안 된 25일과 26일에도 검은색 폐수가 흘러든 탓이다. 단순히 염료가 누출돼 하수에 섞인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지만 명확한 건 아니다. 문제는 폐수가 어디서, 어떻게 공단천으로 흘러들었는지 행정 당국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처 능력 부족 자인(自認)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달 8일에도 흡사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에도 보라색 액체가 육안으로 보였던 터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와 서구청,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등이 공동 대응에 나서자고 모인 지난달 14일에야 대응 매뉴얼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행정 당국의 대처라 하기에는 늦은 감이 크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확한 폐수 유입 지점 파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폐수가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권역(圈域)을 특정한 정도가 성과의 전부다. 더군다나 추정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폐수가 또 흘러나와도 원인을 모르겠다는 자백과 다를 바 없다.

이런 모습은 평리 3동 등 인근 주민들에게 낯설지 않다.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건 여름철 일대를 휩쓴 악취 소동 때도 그랬다. 현장 순찰을 하고도 참고 자료로 삼을 뿐 원인 파악은 요원했다. 대구염색산단과 지척인 평리동 주민들로서는 행정 당국의 대처가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미쁘지 않기는 이번 사태에서도 마찬가지다.

특정 업체의 고의적 폐수 배출을 의심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의 폐수 처리 비용은 공업용수 사용량에 비례하므로 몰래 폐수를 버려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합리적 추정일지 모르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가 행정 당국의 최종 소임이라는 점을 잊어선 곤란하다. 문제 해결까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능한 이미지를 공고(鞏固)히 할 뿐이다. 아울러 폐수와 무관한 업체들까지 잠재적 환경오염 업체로 낙인찍히게 된다는 점을 행정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