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의 성지 다이소, '키 테넌트' 브랜드로 고공행진

입력 2025-03-03 14:42:56 수정 2025-03-03 19:14:39

부담없는 가격 다양한 제품군…"집객 효과 '왕자님'같은 존재"
대형마트 3사 44% 내부 입점…외지 건물주일수록 다이소 간절

대구 동구에 있는 홈플러스 동촌점에 입점해 있는 다이소 매장. 윤정훈 기자
대구 동구에 있는 홈플러스 동촌점에 입점해 있는 다이소 매장. 윤정훈 기자

고물가 시대 가성비 쇼핑이 인기를 끌며 균일가 생활용품 매장 '다이소'의 인기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건물주들의 다이소 선호도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997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균일가 생활용품으로 문을 연 다이소는 단순히 물건을 저렴할 뿐 아니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제품을 판매한다는 원칙을 앞세워왔다. 이러한 원칙은 고물가에 소비 심리가 움츠러든 한국의 경제 상황과 잘 어우러져 다이소가 고속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3일 다이소에 따르면 다이소 지점 수는 최근 4년간(2020~2023년) 1천339→1천390→1천422→1천519개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대구 칠곡 지역에 사는 이채빈(28) 씨는 "구경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특히 '저렴이'(특정 고가 제품과 거의 동일한 저가 제품) 화장품을 자주 구입하고 있어 외출할 때마다 다이소에 들른다"며 "집 근처 회사에 다녔을 때도 점심시간마다 가곤 했었다"고 말했다.

부담 없는 가격에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어 고객 한 명당 방문 빈도가 높다는 것이 다이소의 최대 장점으로 꼽히면서 임대업 및 유통업계에선 다이소는 '키 테넌트'(Key Tenant)로 각광 받고 있다.

손님을 끌어들여 추가적인 구매나 참여를 유도하는 '집객 효과'를 기대하며 다이소 유치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동성로 내 건물 소유주이자 20년간 대구에서 임대업에 종사해온 A(50) 씨는 "경제가 불황일 때 다이소 같은 저가형 브랜드가 뜨는 법"이라며 "특히 신월성, 칠곡, 시지 등 상권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의 건물주들에게 다이소는 존재만으로 사람들을 외지까지도 오게 만드는 '왕자님'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다이소가 입점하려면 건물 규모가 상당히 커야 하고, 조건을 맞추는 것이 은근히 까다로워 쉽게 들여올 수 있는 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틀 역시 '다이소 품기'에 열심이다.

이날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이마트(트레이더스 포함) 154개 중 26개 ▷롯데마트(맥스 포함) 111개 중 93개 ▷홈플러스 127개 중 54개 등으로 전체 392개 가운데 44%(173개)가 내부에 다이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에, 이달 22일 롯데마트 진해점에 다이소가 새롭게 들어서는 등 최근까지도 전국 곳곳에서 신규 입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소의 경우 낮은 진입장벽으로 집객 효과가 있어 마트 안에 있는 다른 테넌트 매장으로도 고객이 유입되도록 하는 시너지가 발생해 전체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키 테넌트='상가나 쇼핑몰에 고객을 끌어 모으는 핵심 점포'를 뜻하는데, 유명 체인 커피숍이나 글로벌 SPA(제조·유통 일원화) 의류 브랜드 매장 등이 이에 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