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국' 러시아와 밀월, 젤렌스키를 '독재자'로 맹비난
침략 당한 우크라이나, 미국 행보에 설움 폭발
유럽(EU), 미국에 반발 "러시아 견제해야"
"트럼프 재집권으로 기존 가치동맹이 흔들, 서러운 약소국 우크라이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이후 3년이 흘렀다.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미국과 유럽(EU) 등 서방 가치동맹 국가들의 도움으로 치고 받는 양상으로 치달으며, 우크라이나가 3년을 버티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도〈그래픽 참조〉에서 알 수 있듯이, 러시아는 흑해로 향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했다.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등 러시아 내륙 일부 지역을 점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운명은 불안해지고 있다. 약소국의 설움은 폭발 직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 때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이며, 전쟁 당사국이자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가운데 러시아와 직접 종전 협상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트럼프의 친러 행보, 우크라를 맹비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 정책이 취임 1개월 만에 국제질서에 거대한 파고를 몰고 오고 있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형성해온 자국 주도의 동맹 시스템과 자유 무역 시스템을 해체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선거를 치르지 않은 독재자"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이유로 국회 의결에 따라 예정된 대선을 치르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초 정해진 임기 만료 후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침략 전쟁에 맞서 3년간 항전을 이어온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로 부른 것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 현직 대통령의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반면 침략국인 러시아와 '신(新)밀월'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전쟁 3주년 성명에 '러시아의 침공'(Russian aggression)이라는 표현을 넣는 데 반대하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 초안에 이름을 올리기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소국의 설움 "아무런 카드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상에서 대놓고 약소국 우크라이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참여가 매우 중요하지는 않으며, 그에게는 아무런 카드도 없다"며 배제 방침을 노골화했다. 또 "젤렌스키가 회의에 초대 받지 못해 불평하고 있지만, 그동안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참여는 우선순위가 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의 협상 배제 불만이나 미국이 제안한 희토류 등 광물 개발 협정 거부로 인한 양국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의 전화를 여전히 받을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는 남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위태위태한 처지에 놓였다. 2019년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2022년 전쟁이 발발하면서 계엄령 선포 및 전시내각 구성으로 인해 6년 가까이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3월 차기 대선이 치러졌어야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는 러시아에서 온 허위정보의 공간에 살고 있다"며 트럼프의 독재자 비판에 반발했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KIIS)에 따르면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전쟁 첫해였던 2022년 12월 84%에서 지난해 말 52%까지 주저 앉은 상황이다.

◆"러시아 견제해야" 유럽도 반발
'트럼프의 미국'은 러시아와 손 잡은 채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동맹들에게 양보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서방의 가치동맹을 흔드는 것에 대해 반발해 독자적 행보에 나서고 있다.
영국은 내주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미국이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 편을 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영국이 러시아를 정면 겨냥하며 미국에 견제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제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24일 새로운 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19일 유럽도 협상 테이블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는 27일 미국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종전과 관련한 그 어떤 협상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자 유럽이 자체 핵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미국 도움 없이도 핵 공격 위협에 대처할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은 새로운 세계 질서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제목의 20일 자 기사에서 "동맹국들에 대한 거리 두기에서부터 적들에 대한 칭찬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간 이어온 미국의 외교정책을 버릴 태세"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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