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수용] 세수(稅收) 펑크

입력 2025-02-11 20:12:25

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지난해 '세수 펑크' 규모가 무려 30조8천억원에 이른다. 국세 수입이 336조5천억원에 그쳤는데, 예상 수입과의 오차율은 8.4%나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회·전문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참여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모델 활용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딱 맞다. 재작년 56조4천억원에 이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缺損) 사태가 벌어졌는데, 더 큰 걱정은 올해도 세수 결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 국세 수입 예산안은 382조4천억원이다. 지난해 세수보다 45조9천억원 더 늘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이 양호해 법인세 증가를 예상했다는데, 기적에 가까운 극적 반전이 없다면 세수 흐름은 예상을 크게 벗어날 것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유발한 '관세 전쟁' 탓에 예상 성장률 달성도 힘들어서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짤 때만 해도 세수가 44조원 이상 더 걷힐 것을 상정했다. 법인세만 25조원 이상 늘어나고 소득세 10조원 이상, 부가가치세가 4조원 이상 늘어난다고 가정(假定)해서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2.2%로 내다봤는데, 주요 기관들이 내놓은 수정 전망치는 1%대 중반에 머문다. 관세 전쟁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은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법인세 증가는커녕 오히려 감소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경기 침체는 일자리 감소를 가져오고 소득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수가 얼어붙다 보니 부가가치세나 부동산 관련 세금을 더 걷기도 어렵다.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내수 부진을 벗어나야 할 판인데, 지난해 결산상 불용액(不用額), 즉 쓰지 못한 돈만 20조1천억원에 달했다. 국세 수입이 줄면서 지방교부세도 6조5천억원이나 감액하는 등 정해진 예산만큼도 집행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재난·재해가 적어 예비비가 적게 쓰인 탓이라는데, 이처럼 대규모 불용액은 내수 진작과 직결된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을 통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을 부어야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주판알을 튕기며 잇속 챙기기에 골몰하고 있다. 경제가 문제인지 몰라서 이러는 걸까.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주인공의 절규가 떠오른다. "이러다 다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