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멕시코·캐나다 25% 관세 부과 뒷배경엔 '펜타닐'

입력 2025-02-04 17:21:15 수정 2025-02-04 20:55:41

겉으론 자국 경제 이익, 이면엔 펜타닐 유통 차단
관세 폭탄 한달 유예 이유도 두 나라의 선제 차단 노려
펜타닐 주 공급처 '중국', 유입 루트는 '멕시코'

미 국방부가 남부 국경에 1천500명의 현역 군인을 배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왼쪽)와 멕시코 티후아나(오른쪽)를 나누는 벽. 연합뉴스
"이웃나라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 25% 부과", 트럼프발 관세전쟁 주요 일지. 연합뉴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란? 연합뉴스
미 국방부가 남부 국경에 1천500명의 현역 군인을 배치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왼쪽)와 멕시코 티후아나(오른쪽)를 나누는 벽. 연합뉴스

"자국 경제보호를 위한 관세부과는 공식적인 이유이지만 불법이민자 및 합성마약 펜타닐 유입 방지가 더 큰 목표다."

4년 만에 미국 권좌에 복귀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 세계를 향한 관세 전쟁에 시동을 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나라 캐나다와 멕시코를 향해 관세 25%를 부과 방침을 밝혔다가 유예했다.

두 이웃나라가 과도한 관세 부과에 대놓고 반발할 것이 불 보듯 뻔한데도, 취임 초부터 행정명령을 통해 밀어붙이는 뒷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각종 문제의 원흉이자 암초라 여겨지는 불법이민자 범죄와 펜타닐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마약 전쟁", 캐나다·멕시코 '관세 폭탄' 유예

트럼프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를 향한 '관세 폭탄'을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밝힌 것은 일단 이들이 마약 및 불법 이민자 유입을 선제 차단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멕시코에 대해 25%의 전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서명한 행정명령을 보면,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와 불법 마약성 진통제 및 기타 약물의 지속적 유입이 미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갱 조직원, 밀수업자, 인신매매범, 온갖 종류의 불법 마약이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미국의 치안과 공중보건에 막대한 위해를 끼쳤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북부 국경을 접한 캐나다에도 비슷한 이유로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대(對)캐나다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는 캐나다에서 펜타닐과 마약성 진통제 합성 실험실을 운영하는 멕시코 카르텔의 존재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캐나다에서 지난해 유입돼 압수한 펜타닐 양이 멕시코에서 넘어온 양보다 적었지만, 무려 미국인 950만명을 죽일 수 있는 양이었다. 캐나다 당국이 마약 유입을 근절하기 위한 협조에 미흡했다는 점을 관세 부과 배경으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위협에 멕시코와 캐나다 정상들은 이날 앞다퉈 국경 보호 강화를 통해 미국으로의 마약 및 불법 이민자 유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앞서 케빈 해셋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은 '마약 전쟁'이라며, 캐나다가 이를 '관세 전쟁'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란? 연합뉴스

◆미국 사회를 좀먹는 악마 '펜타닐'

2022년 한 해 동안 미국 내에서 약물 과다복용(주로 펜타닐 중독)으로 인해 사망자는 10만7천여명에 달했다. 2023년 법 집행기관에서는 펜타닐이 함유된 알약 1억1천500만여 개를 압수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펜타닐의 주요 공급 루트는 두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먼저 관세 부과를 통해 펜타닐의 불법 유입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의 펜타닐 생산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100개의 조직범죄 집단이 연루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캐나다보다는 멕시코를 통한 펜타닐 유입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세관 및 국경 보호국 요원들은 북부 국경에서 약 19kg의 펜타닐을 압수한 반면 멕시코와의 남부 국경에서는 약 9천600kg이 압수됐다.

2020년 미국 마약단속국(DEA) 정보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중국, 인도가 펜타닐 생산의 3대 주요 생산국으로 꼽혔다.

이 보고서는 "멕시코와 중국이 미국으로 직접 불법 수입되는 펜타닐 및 관련 물질의 주요 공급국인 반면, 인도는 완제 펜타닐 분말 및 펜타닐 전구체 화학물질의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미국으로 불법으로 유입되는 모든 펜타닐 관련 물질의 주요 공급원'으로 지목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재앙적인 침략을 격퇴하기 위해 남부 국경에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 선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