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분기 실적 기대치 하회…엔비디아 공급 호재에도 주가 하락

입력 2025-01-31 10:48:51

인공지능 반도체 기대만큼 성과 내지 못해
엔비디아 공급 가능성도 딥시크 여파로 상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2조9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엔비디아 공급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 Seek)의 영향으로 주가는 반등하지 못하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32조7천260억원으로 전년보다 398.34%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300조8천7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302조2천314억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또 순이익은 34조4천514억원으로 122.45% 늘었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6조4천927억원으로,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7조6천376억원을 15% 하회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4% 감소한 75조7천883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서버용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의 판매 확대로 전 분기 대비 3% 증가했으나,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로 전분기 대비 10% 감소했다.

4분기 순이익은 7조7천544억원이었다. 부문별로 보면 DS부문은 매출 30조1천억원, 영업이익 2조9천억원을 기록했다.

메모리는 모바일과 PC용 수요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HBM과 서버용 고용량 DDR5 판매 확대로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해 4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연구개발비와 첨단 공정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초기 램프업 비용 증가로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약세와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DX 부문은 4분기 매출 40조5천억원, 영업이익 2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 경험(MX)은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TV와 가전 사업은 업체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화됐다.

한편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한 결과, 4분기 연구개발비는 10조3천억원으로 분기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3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 엔비디아 공급 임박?

이런 상황에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승인을 얻었다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제품이 중국 시장을 위해 특화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 칩 생산을 위해 공급되고 있다고 다른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이에 대한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의 등장으로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업체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상황에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10시45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2.4% 하락한 5만2천400원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