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장사 안되는데 문 열면 뭐 하나" 전통시장·마트 상인 하소연

입력 2025-01-30 18:30:00 수정 2025-01-30 19:01:56

"치솟은 과일값에 고객 핀잔" "특수는커녕 매출 더 안 나와"
내수 진작 기대 못 미친 설 황금 연휴
모임 대신 집에서 휴식 선호…먹자골목 식당 일찍 문 닫아

30일 대구 서남시장 내 한 과일 가게에서 손님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30일 대구 서남시장 내 한 과일 가게에서 손님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주머니 사정은 팍팍하고 물가는 오르는데 연휴가 길다고 장사가 되겠습니까."

공식적인 설 명절 마지막 날인 30일 대구 서남시장 내 과일 가게 사장 김모(70) 씨는 "설 당일에는 아예 문을 닫고 장사를 하지 않았다. 물가가 너무 올라 장사가 잘 안 되는데 문을 열면 뭐하겠냐"며 "오늘만 해도 치솟은 과일 가격을 보고 핀잔을 주는 고객들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올해 설 황금 연휴로 내수 시장이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감과 달리 지역 주요 상권을 비롯한 전통시장, 마트 등에서는 여전히 경기 한파가 걷히지 않았다며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같은 날 서남시장 한 옷가게 주인은 "설 특수는커녕 매출이 오히려 더 안 나온다. 그나마 온 손님도 빈손으로 발길을 돌리기 부지기수"라며 "만지작거리는 손님만 있지, 옷을 사가는 손님은 별로 없다"고 푸념했다.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공식적으로 휴점에 들어 간 서문시장에서는 일부 노점상인들이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29일 설 당일 문을 연 한 노점 상인은 "시장이 쉬다 보니 매출이 크진 않지만 평소에도 가뜩이나 장사가 어렵다 보니, 쉬는 날에 하나라도 더 팔아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대형 마트 내 의류 판매점도 설 명절 매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대구 달서구 한 대형마트 내 의류 매장 매너저 이모(54) 씨는 "명절이면 가족 단위로 옷을 사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영 뜸해진 상황"이라며 "가격이 비교적 비싼 제품보다는 할인율이 높으면서도 저렴한 제품을 주로 찾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대구 달서구 한 대형마트 옷 매장에서 점퍼를 고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30일 대구 달서구 한 대형마트 옷 매장에서 점퍼를 고르고 있다. 이통원 기자 tong@imaeil.com

올해 최장 9일간의 설 황금 연휴로 내수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설 연휴 전부터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연휴 기간 주요 상권과 마트 상황은 기대감을 무색하게 했다.

본격적으로 연휴가 시작된 24일 오후 11시쯤 대구 수성구 신매광장. 급격하게 유동 인구가 줄어들더니 식당들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신매광장에서 10년 넘게 호프집을 운영했다는 최모(48) 씨는 "그래도 명절 연휴가 평소보다는 낫지만 예년과 비교했을 때에는 어림도 없다"며 "우리 가게도 연휴 때는 새벽 4시까지 영업을 했지만 요새는 1시만 넘어가도 조용해져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27일 달서구 상인동 인근에도 일부 술집에만 사람들이 많고 거리는 한산했다. 달서구 주민 김모(28) 씨는 "연휴 때마다 하던 친구들 모임도 요새는 많이 줄었다"며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명절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설 명절 연휴마저 경기 한파를 피하지 못하자, 치솟는 물가에 경기 침체가 더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진다. 특히 서민 대표 외식 음식 중 자장면은 10년 만에 4천원에서 6천417원으로 60.43% 오르면서 대구 지역의 7개 외식 메뉴 가격 평균 상승률(48.75%)을 크게 앞서는 등 가장 많이 오른 품목으로 조사됐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선임연구원은 "자장면은 농산물부터 가공식품, 축산물까지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 그만큼 물가 변수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식재료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여서 자장면 가격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