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새 정부 실세 '머스크'의 반기…'올트먼'과의 악연이 원인?

입력 2025-01-23 16:15:30

트럼프 첫 투자 유치 '스타게이트'에 부정적 의견
오픈AI 공동 창립자 샘 올트먼과 대립각

지난 2016년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CEO와 당시 공동 의장을 맡고 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 2016년 샘 올트먼(왼쪽) 오픈AI CEO와 당시 공동 의장을 맡고 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 후 처음 발표한 대규모 투자 유치 프로젝트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비판 의견을 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오픈AI,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발표한 5천억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그들은 실제로는 (그만큼) 돈이 없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프트뱅크는 100억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확보하고 있다. 그것을 믿을 만한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덧붙였다.

머스크는 또 이날 오전에도 투자회사 아트레이드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개빈 베이커가 쓴 비판적인 글을 자신의 엑스 계정에 게시했다. 베이커는 "스타게이트는 훌륭한 이름이지만, 5천억달러는 터무니없는 숫자이고 그 누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언론들은 머스크의 반응을 앞다퉈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며 새 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의 발언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첫 번째 주요 기술 투자 발표에 의구심을 드러내며 자신이 현재 관여하고 있는 행정부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대한) 머스크의 일축은 그와 이 행정부 사이에서 드러난 첫 번째 공개적인 균열이며, 대통령이 키우려는 계획에 대해 고위 정책 관계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이례적인 행보"라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가 지원하는 스타게이트 AI 프로젝트에 머스크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의 오랜 악연이 균열의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오픈AI 창업에 참여했으나 2018년 오픈AI 이사직을 사임하고 투자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이후 오픈AI가 챗GPT를 내놓자 이 AI 챗봇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비난하며 자체 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올트먼 등 오픈AI 창립자들이 인류를 위한 AI를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올트먼 CEO는 이날 머스크가 스타게이트의 재원을 문제 삼은 글에 답글을 남겼다. 그는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첫 번째 부지에 방문하길 원하느냐"며 "국가에 최선인 것이 항상 당신의 회사에 최선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인식하고 있지만, 당신이 새로운 역할에서는 미국을 최우선으로 두길 바란다"고 맞섰다.

백악관은 아직 머스크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직은 관련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머스크가 공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선거운동에 발벗고 뛰어든 이후에는 머스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난달 미국 내 기술직 체류 비자(H-1B) 문제로 골수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구호이자 트럼프 지지층을 통칭하는 용어) 진영과 머스크 간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도 머스크의 편을 들어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