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위한 펀드였지만, 할아버지 돌연 "내 차명계좌"…'가족 간 명의신탁' 논란

입력 2025-01-23 11:09:28 수정 2025-01-23 11:13:25

전문가들 "손녀 명의 펀드, 할아버지 차명계좌 인정될 경우 비슷한 방식 조세 회피 시도 늘어날 것"

대법원. 연합뉴스
대법원. 연합뉴스

가족 간의 따뜻한 정을 나눠야 할 설 명절을 앞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안타까운 사례가 발생했다. 손녀를 위해 펀드를 가입했던 할아버지가 아들 내외의 이혼 후 "내 돈"이라며 펀드를 회수해 손녀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3일 지역관계자에 따르면 부산광역시에 사는 중견기업가 A씨는 손녀 B양이 태어나자마자 B양 명의로 적립식 펀드에 가입, 5년 넘게 매달 적립금을 납입했다.

하지만 A씨 아들 내외가 이혼소송을 진행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양육권이 며느리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한 A씨는 아들을 시켜 B양 몰래 펀드 적립금을 인출했다.

고등학생이 된 B양은 이 사실을 알고 "펀드는 내 것"이라며 할아버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A씨는 "소득세 절세를 위한 차명계좌일 뿐, 손녀에게 준 선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증여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가족 간 명의신탁 소송을 넘어 '손녀'라는 특수한 관계와 '부모의 이혼'이라는 갈등 요소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B양이 생후 3개월 때부터 펀드가 운용됐다는 점에서 A씨의 의도와 책임에 대한 법적, 윤리적 문제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에서 A씨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유사한 방식의 조세 회피 시도가 증가할 수 있다"며 "가족 명의를 이용한 재산 운용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족 간 신뢰 저하는 물론, 조세 정의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앞으로 명절이나 기념일을 핑계로 손주나 자녀 명의로 재산을 증여해 유사한 문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족 간 증여는 신중하게 진행하고, 관련 서류를 명확히 작성해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