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경 변호사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체포, 구속영장 발부로 이어지는 비상한 시국에 대한민국 헌법을 정독하고 필사해 보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헌법은 한 국가의 실체이자 상징이다. 우리는 헌법이라는 규범 아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당하지 않고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헌법을 읽고 필사해 본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필자도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날 헌법 조문을 꺼내어 정독해 보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등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헌법적 가치들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혼란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직무집행정지, 구속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경제 상황의 엄혹함은 심각하다. 내전으로 치달을 만큼 분열된 정치가 경제와 민생 등 모든 것을 갉아먹고 있다. 국내 정치 현실이 극단적 진영 논리에 갇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정쟁에 매몰되어 있을 때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미국 제일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시대가 개막되었고,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핵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러·우 전쟁에 북한군 약 1만2천 명을 파병하였다. 파병된 북한군은 점차 신속한 현대전 습득으로 향후 한반도에 위협적인 불안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정치 혼란을 틈타 서해 한중잠정조치수역에 무단으로 대규모 시설물을 설치하여 서해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한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엄혹한 시기에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 앞서 신속히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심판과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결정을 하여 정국이 안정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극우 세력의 우파 독재도 반대해야 하지만 극좌 세력의 좌파 이념 독재도 배격해야 한다.
우파든 좌파든 독재는 자신들의 명령에 순응하지 않는 지식인들을 먼저 숙청하고 입에 재갈을 물린다. 국가가 안정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판단력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중도층,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두꺼워져야 한다. 정치인의 거짓말과 선동에 현혹되어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극단주의가 심화될 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무너졌다.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육박하고 추월하게 되자 이재명의 민주당은 여론조사와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을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국민 개개인의 카톡에 대하여 검열하겠다고 한다. 민주당 산하 민주파출소를 운영하여 국민 전체를 잠재적 수사 대상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수결원칙의 남용으로 국회를 민주당 소속 기관으로 전락시킨 민주당이 이제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마저 침해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입법 독재로 국가기관들의 정상적 기능마저 마비시켜 온 이재명의 민주당이 만약 조기 대선으로 통치권과 행정권마저 장악하게 된다면 대한민국이 장차 어떤 나라가 될지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재판부가 집중 심리를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탄핵이든 기각이든 윤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지도자로서의 생명은 끝났다고 보아야 한다.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을 추월하고 이 대표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3월 15일 이전에 선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장차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나라가 엄혹한 위기의 시국이지만 다행히 하늘이 도와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입법 권력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현행 헌법을 개정할 절호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은 헌재와 사법부에 맡기고 이제 여야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미래를 위해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진지하게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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