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인정하는 트럼프 2기…한국의 선택은?

입력 2025-01-19 16:50:39

독자 핵무장, 전술핵, 핵잠재력 확보 등 다양한 여론 있어
트럼프 2기 대북 인정하면 군축 협상에 들어가야 할 듯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핵 제거보다는 위기 관리에 초점을 두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지난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핵 제거보다는 위기 관리에 초점을 두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지난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핵 제거보다는 위기 관리에 초점을 두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베트로폴 호텔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핵 제거보다는 위기 관리에 초점을 두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베트로폴 호텔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북 핵 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미는 그동안 북한 핵 문제에 대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에 집착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해도 이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앞두고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외교·안보 분야 지명자들은 북핵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방점을 뒀다. 이를 경우 국내에서도 독자 핵무장 등 다양한 여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위기관리에 무게

트럼프 2기 핵심 외교·안보 분야 책임자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중 누구도 '북한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았다. 북핵 제거라는 '근본 위협' 제거보다는 '위기관리'에 무게를 뒀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북한의 '핵보유국(nuclear power) 지위'를 거론해 한국, 일본 등지에서 논란을 불렀다. 핵보유국은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5개국(미·중·러·프·미)을 의미하는 '핵무기 국가(nuclear weapon state)'와는 다르다. 하지만 핵보유국은 일반적으로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공인받지는 못했으나 실질적으로 핵무기를 가진 나라'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인정하지 않는다고 없어지지 않는' 북한의 핵무기를 '실체'로서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대북정책을 펼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루비오 지명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그것(핵무기)은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핵)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의 브라이언 샤츠 의원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며 대북 정책 재검토 의향을 묻자, 루비오 지명자는 "보다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루비오는 한국과 일본 등의 독자적 핵무장에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남북한, 어쩌면 일본, 그리고 미국을 포함하는 우발적 전쟁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encourage) 않으면서 위기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자문한 뒤 "이것이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는 결국 한국, 일본 등의 독자 핵무장에 반대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전쟁 위험을 낮추기 위한 위기관리 쪽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볼 수 있었다.

◆스몰딜 추진하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기존 대북 정책이 완전히 달라진다. 당장 북한 핵을 인정하면 한미가 협력을 통해 30년 넘게 진행해 온 북한의 비핵화 노력도 물거품이 된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상도 크게 달라지고,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으로 의제가 전환된다.

이를 경우 트럼프 2기에서 '스몰딜' 추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존 한미의 대북 정책은 일종의 일괄타결 방식인 빅딜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이 핵무기는 물론이고 생화학 무기, 운반수단인 미사일까지 폐기하면 미국은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의 평화구축 방안 등도 논의하자는 게 골자였다.

스몰딜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의 해체를 고리로 미국은 경제적 상응 조치와 함께 연락사무소 설치나 평화선언을 맞바꾸는 개념이다.

국가정보원도 최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단기간 내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스몰딜 형태로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독자 핵무장 여론 힘 받을 듯

미국이 북핵을 현실적으로 인정한다면 한국 내에서도 핵 관련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어날 전망이다.

북핵 대응 방안은 확장억제,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자체 핵무장, 핵잠재력 확보 등이 있다.

1991년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핵 전면 철수 이후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과 핵무력 완성 선언을 선언하자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생산 동결을 끌어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통해 북러 방위조약을 체결하자 이번에는 미국에서 전술핵 재배치 방안이 다시 거론됐다. 지난 7월 미국 헤리티지재단은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핵무기 보관 시설을 운영하는 방안을 양국 정부가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자 핵무장 주장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제기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표적이다. 홍 시장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을 앞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8년 전 미국 워싱턴 외교협회 초청 북핵 특강에서 미국이 나토식 핵공유를 해주지 않거나 전술핵을 재배치해 남북 핵균형을 이뤄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자체 핵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이지만, 안보는 죽고 사는 문제"라며 주장했다.

역시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핵 고도화와 북·러 군사 밀착 등 고조되는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과 한국의 자체 핵무장 방안 등에 대해서도 (미국 측과)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핵잠재력 확보론은 유사시 언제든 핵무기를 제조할 기반을 갖추자는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자체 핵무장이 불가능한 한국이 NPT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대응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이 핵잠재력을 확보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한 뒤 우라늄 고농축 기술 등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재는 해당 협정에 따라 우라늄 20% 이하 저농축만 가능하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불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3~6개월이면 핵무장이 가능한 수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일본 수준의 기술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윤용희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북핵 현실을 인정하면 한국 내에 전술핵 재배치와 독자 핵무장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방위비 문제를 재협상하면서 독자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통해 초보적인 개발 기술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