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모바일 게임도 중국이 휩쓸었다…한국게임의 운명은? [차이나산업침공] 

입력 2025-01-19 18:30:00

중국 텐센트 자회사 라이엇게임즈 점유율 높아
국내 모바일 게임 이용자 수 상위 10종 중 한국 게임은 '1종'
"한국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돼야"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4에서 관람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전 산업군에 걸쳐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게임시장도 PC와 모바일 등에서 이미 중국에 '점령' 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게임 시장규모가 10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자 전문가들은 중국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C방도, 모바일도 '중국 게임 천하'

19일 PC방 게임 통계 사이트 게임트릭스가 집계한 지난달 게임별 점유율에 따르면 6년 넘게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에 이어 최근에는 1인칭 슈팅게임(FPS) '발로란트'(라이엇게임즈)가 2위로 치고 올라왔다.

두 게임의 전체 시장 점유율 합계는 49%에 달한다. 10위권 내의 다른 한국 게임의 사용 시간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30%를 간신히 넘긴다. 라이엇게임즈는 중국의 거대 게임·IT 기업 텐센트의 100% 자회사다.

국내 게임산업에서 비중이 가장 큰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중국 게임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앱마켓 매출 순위 10위 안에 오른 한국 게임은 ▷리니지M(1위) ▷오딘: 발할라 라이징(4위) ▷리니지2M(7위) ▷리니지W(10위) 등 4종에 불과하다. 남은 빈자리는 ▷라스트 워: 서바이벌(2위)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3위) ▷소녀전선2: 망명(5위) ▷카피바라 GO!(8위) 등 중국 게임이 자리를 잡았다.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 한국 게임의 약세는 더욱 실감난다. 지난달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순위에 따르면 1위부터 10위 중 한국 게임은 어썸피스의 '좀비고등학교'(9위)가 유일하다. 1위는 슈퍼셀의 '브롤스타즈'가 차지했고 2위는 미국산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 3위는 라이엇게임즈의 '전략적 팀 전투' 등이 잇따랐다.

라이엇게임즈 제공
라이엇게임즈 제공

◆국내 게임 산업 역성장..."반등 위해선 차별화 전략 필요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9조7천억원으로 전년(22조2천149억원) 대비 10.9% 감소했다.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역성장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 시장이 모바일과 MMORPG 위주로 정체하는 사이 중국 게임들의 급성장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게임의 성공 요인으로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다양한 장르를 공략하는 전략이 꼽히고 있다. 실제 모바일게임 순위표에서도 이용자 간 경쟁 구도를 강조한 자동전투 중심의 '리니지라이크'(리니지류) MMORPG가 상위권을 차지하는 한국 게임과 달리 중국 게임은 전략,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캐주얼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의 홍보 전략도 돋보인다. 이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MZ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간단한 조작과 짧은 플레이타임을 내세워 유저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유명 연예인들도 적극 섭외한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국내 게임회사들은 돈이 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동안 중국은 방치형 게임 등 캐주얼 게임으로 국내 시장 영향력을 늘려갔다"며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 광고를 진행하는 등 국내에서는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마케팅을 펼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입을 모았다.

경북글로벌게임센터장을 역임했던 류종우 박사는 "결국 중국 게임과의 차별화가 중요한데, 중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며 "앞으로는 단순히 모바일과 PC뿐 아니라 가상현실(VR)을 기반으로 한 안경 등에서도 게임이 활용될 수 있다. 한국만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2024년 12월 모바일 게임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순위. 모바일인덱스 제공
2024년 12월 모바일 게임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순위. 모바일인덱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