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풀 공문" 공수처 관저 출입 공문 위조 의혹... 공수처 "위조 NO"

입력 2025-01-15 15:23:57 수정 2025-01-15 15:26:15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4일 오후 2시25분 55경비단으로부터 수신한 것이라며 공개한 공문 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4일 오후 2시25분 55경비단으로부터 수신한 것이라며 공개한 공문 사진. '군사기지법 제9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조에 따라 요청 대상 주소지에 대한 출입을 허가한다. 주둔지 부대장 제55경비단장 대령'이라는 쪽지가 덧붙여져 있고, 여기에 경비단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15일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체포가 가능했던 건 공수처 제시한 공문 덕이었다. 공수처는 전날 관저 근접 경호를 맡고 있는 55경비단으로부터 "영장 집행을 위한 출입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출입 허가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 측은 "출입 허가 공문 자체도 55경비단장 관인을 탈취해 만든 '셀프 승인 공문'으로 허위"라고 했다.

논란은 14일 공수처가 55경비단으로부터 영장 집행을 위한 출입 허가를 받았다고 공지하면서 시작됐다. 공지 직후 국방부와 경호처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공수처는 "오후 2시25분 55경비단으로부터 체포영장 관련 대상 지역 출입을 허가한다는 공문을 수신했으며, 오후 4시24분 55경비단으로부터 '대통령 경호처 출입승인 담당부서에 추가적인 출입 승인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수신했다"고 밝혔다.

공문 2부 가운데 최신 공문이 아닌 자신들에게 유리한 2시25분 공문을 근거로 집행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이 또한 정식 공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공수처가 2시25분에 받았다고 공개한 공문을 보면 공수처 자체 문서에 쪽지를 붙여 55경비단장 도장을 찍은 형식으로 돼 있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에 따르면 55부대장은 2시25분 1차 공문이 공수처로 나갔을 당시 경찰에 출석한 상태라 공문 발신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공수처 공문은 어떻게 제작됐을까. 대리인단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55부대장에게 추가 조사할 것이 있으니 출석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55경비단장 14일 오후 국수본에 출석했다"며 "그러나 막상 55부대장에게 요구한 것은 추가 조사가 아닌 관저 출입 승인이었다"고 했다.

대리인단은 "공수처와 경찰, 국방부 서기관 등 3인이 55부대장에게 '관저 출입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했고, 55부대장은 '출입 승인 권한이 없다'며 여러 차례 거부했음에도 국수본 수사관은 '관인을 가지고 오라'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55부대장은 어쩔 수 없이 부대원에게 관인을 가져 올 것을 지시했고, 관인이 도착하자 수사관은 자신들의 공문을 가져와 그 곳에 관저출입 허가 내용이 적힌 쪽지를 붙인 후 55부대장으로부터 관인을 건네받아 수사관이 직접 찍었다"며 "55부대장은 날인되는 문서를 정확하게 확인치도 않은 상태에서 관인이 날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55부대장은 공문 내용이 무언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고, 부대에 복귀한 뒤 관저 출입 승인을 요청하는 전자 공문이 온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이후 자신에게 승인 권한이 없음을 명확히 밝힌 공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55부대장이 부대에 복귀한 뒤인 오후 4시24분 2차 공문이 공수처에 발송한 정식 공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공개한 55경비단장 명의 정식 공문. 14일 오후 4시24분 정식 발송됐다. 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공개한 55경비단장 명의 정식 공문. 14일 오후 4시24분 정식 발송됐다. 윤석열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대리인단은 "법적으로 경호 책임자의 승인 없이는 관저 출입이 불가능한 공수처와 경찰이 스스로 만든 위조 공문으로 관저 정문을 통과하려 했던 것으로 직권남용, 공문서위조 등 중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했다.

향후 이 2시25분 공문은 법적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공수처는 브리핑에서 "공문서 위조는 굉장히 큰 문제다. 그럴 일 없다"며 "공문을 강압적으로 했다거나 하는 부분은 상식적으로 판단해 달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