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가 몰려온다…한국시장 대응 전략은? [차이나산업침공]

입력 2025-01-14 18:30:00 수정 2025-01-14 20:52:31

시동 거는 중국 BYD…한국 시장 중국 완성차 진출 가속화하나
글로벌 렌트카 업체 국내 업계 1·2위 인수…가성비 차량 대거 투입 우려
중국, 자국 재고, 판로 개척 디딤돌로 한국행?…국내 완성차 업계도 우려

중국 장쑤성 쑤저우항에서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인 비야디(BYD) 전기차의 모습. 연합뉴스
중국 장쑤성 쑤저우항에서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인 비야디(BYD) 전기차의 모습. 연합뉴스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 정조준하고 나서 국내 자동차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 까다로운 한국 시장에서 검증을 거치게 되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중국은 한국을 발판 삼아 자국 내 재고를 해결하고 해외 교역 장벽마저 허무는 전략을 펼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16일 국내 첫 시동 거는 BYD

가장 먼저 움직이고 잇는 기업은 16일 국내 공식 출범을 앞둔 전기차 세계 1위 기업 BYD이다.

지난 13일에는 첫 국내 진출 차량인 준중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아토3'의 환경부 인증 절차도 마쳤다. 다만, 전기차 보급평가(전기차 구매보조금 확정 절차)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또 조만간 씰, 돌핀 등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을 중심으로 상품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보급평가를 마치고 다음 달 출시가 예상되는 아토3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이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각종 보조금까지 더해 2천만원대에 판매 중인데, 국내 업계에서는 아토 3 국내 출시 가격이 3천만원 중반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BYD 아토3의 일본 출시가는 3천900만원이다. BYD는 수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8% 관세 수준의 할인 정책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까지 더하면 2천만원대 후반에서 3천만원대 초반에 실구매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크기와 주행거리를 감안해 국내 차량 중 경쟁 차종을 살펴보면 소형 SUV 전기차인 EV3과 캐스퍼 일렉트릭 정도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친환경 세제 혜택을 포함해 EV3는 3천995만원부터, 캐스퍼 일렉트릭은 2천740만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 기준 전기차 보조금(837만원)을 빼면 EV3 3천158만원,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조금(746만원)을 더하면 1천994만원에 실구매 가능하다.

이밖에 중국 완성차 브랜드 국내 진출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지커, 샤오미,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완성차 업계에서 한국에 진출하며 손해를 보더라도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격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출시할 경우 상당히 위협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상품군이 늘어나면 중국차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은 선진국형 소비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對)미국 우회 수출 경로로 활용될 수도 있어 중국 입장에선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BYD가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지리 등 중국 자동차 업체의 추가 진출이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샤오미 전기차 SU7.
샤오미 전기차 SU7.

◆글로벌 렌트카 인수 2조4천200억원 투입…"가성비 중국차판 될까" 우려

지난해 아시아가 주 무대인 글로벌 사모펀드가 한국 렌터카 업체 1·2위를 모두 인수하면서 중국 브랜드가 국내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8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는 롯데렌탈(1위)과 SK렌터카(2위)의 지분 56%, 100%를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총 2조4천200억원이다.

이들 두 기업은 올해 3분기 기준 36.5%(20.8%, 15.7%)로 보유 차량만 45만대(26만대, 19만대)에 이른다. 때마침 가성비를 무기로 한 중국 완성차 브랜드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렌트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온다. 현재 운용 중인 차량을 중국산 자동차로 대체하는 등 기업 간 거래(B2B)를 통해 중국 전기차 한국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경우 국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무기로 한 중국 자동차는 렌트카 시장이나 법인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반길만해 상품"이라며 "직접 중국산 차량을 구매하지 않아도 렌터카를 통해 부정적인 인식이 해소될 경우 법인이나 일반 차량 판매도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점유율을 높여가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어피니티와 SK렌터카는 "어피니티는 다양한 국적의 파트너들이 투자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파트너 중 중국 정부와 관련된 사람도 없다"며 "투자자들은 약 95%가 미국·유럽 등을 포함한 글로벌 연기금·투자 기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국 자본·펀드의 영향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내 재고, 선진국 우회 판로 개척 전략 우려

올해 BYD(비야디)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업체의 한국 시장 공략이 실체화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전운이 감돈다. 중국 내 시장의 과잉 생산 문제 해결 방안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EU 등 선진국의 고율 관세 정책의 우회 시장으로 한국 시장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 신에너지 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42%에 달했다. 그러나 HSBC를 비롯한 주요 분석 기관들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신에너지차 판매 증가율이 15~20%까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의 신에너지차 시장 침투율은 2019년 4.7%에서 2023년 31.6%로 증가했지만, 생산능력 확대가 더 큰 폭으로 이뤄지면서 실제 가동률이 50% 이하로 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동률은 해당 산업의 생산능력과 실제 생산량을 바탕으로 측정한다.

이같은 상황에 EU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중국산 수입 전기차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최고 45.3%로 인상했다. 또 미국이 25%에서 100%로 대폭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장벽에 가로 막히자 한국 행을 택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전기차 글로벌 수요까지 고려해 중국은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면서 "공급 과잉 해결을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가격·물량 공세 등으로 밀어내기 현상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선진국 진입을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론도 나온다. 한미 FTA로 무역 환경이 좋은 데다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171만8천대로 전 세계적으로 11위에 이름을 오렸다. 중국·북미·유럽 시장을 빼면 세계 4위 수준이다.

박지혁 영남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중국제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고 고객 서비스 측면의 경쟁력을 갖춘다면 위험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차량 판매가 늘어나면 결국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해야 할 국내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제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고 말했다.

다만, 중국산 차량이 일본 시장 진입 초기 고초를 겪은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전처를 밟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완성차 한 딜러는 "현재 기아가 EV4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고품질의 다양한 국산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은 차량 구매에 있어 하나의 옵션일 뿐 중국차가 당장 들어 온다고 판매가 급증할 것으로 보기에는 이른 판단일 수 있다"며 "일본처럼 사업 초기에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