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광재] 새로운 기회 – 경주 APEC

입력 2025-01-12 15:13:29 수정 2025-01-12 15:50:34

전 국회사무총장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자기 브랜드가 없는 기업은 쇠퇴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치 IMF 위기에 빠진 '코리아 브랜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첫째, 천 년 고도 경주를 세계 지도자들의 연회장으로 만들자. 트럼프, 푸틴, 시진핑 등 세계 정치 지도자와 일론 머스크, 손정의 등 기업인들에게 대거 초대장을 보내자.

인구 4만 명의 작은 도시였던 강원도 평창은 동계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났다. 매년 1월이면 스위스 작은 산골 마을 다보스에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다보스 포럼에서 시작됐다. 이제 경주가 AI 대전환, 기후 위기, 수명 120세 시대의 인류 공통 과제에 국가적 지혜를 모으는 '아시아판 다보스'로 거듭나야 한다.

둘째, 경주에서 평화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2018년 평창처럼 2025년의 경주가 한반도와 동북아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만남을 중재하면 한국의 중요성을 미국과 중국에 확실히 인식시킬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후 참석하는 첫 국제무대로 만들 수도 있다. 경주가 동북아를 넘어 세계 평화 수도로 거듭날 기회다.

셋째, '원더풀 경주'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가자. 경주는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평창과 여수처럼 경주가 APEC 이후 세계적인 관광도시, MICE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해야 한다.

국회 차원의 '경주 APEC 2025 지원 특별위원회'를 서둘러 구성하자. 여·야·정이 힘을 모아 영남권 발전 전략을 짜고 과감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올해 가동되기 시작한 동해선 철도와 연계하면 동해안 벨트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경주를 방문한 세계인들이 포항 포스코 제철소와 울산 현대 조선소를 둘러보고, 대구 서문시장과 부산 해운대까지 즐기는 코스를 기획하면 어떨까. 경주가 동남권 경제와 관광의 새로운 거점이 될 것이다.

끝으로 대구·경북이 AI 로봇과 자율주행차, 미래 혁신의 중심지로 나아가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말처럼 로봇의 챗GPT 모멘트가 오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 등 우리 기업에 새로운 기회다. 영남의 제조업 가치사슬과 AI를 연결하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 경북의 전통문화 콘텐츠와 AI를 잇는 방안도 찾아보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담대한 국가 전략을 짜야 한다. 2018년 평창올림픽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2025년 위기 극복의 열쇠는 경주 APEC의 성공에 달렸다. 10월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