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되자 관저 앞 양측 집회 인원 두 배 이상 증가
한국노총, 오후 5시에 결의대회…3개 차로 점유하며 교통 혼잡
최강 한파가 닥친 10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자 관저 앞 찬반 집회는 더욱 거세졌다. 양측은 서로를 향해 고성을 섞어가며 집회를 오후 늦게까지 이어갔고 일부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10일 오후 12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북한남삼거리 보도 육교 아래에는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들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오후가 되면서 집회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져, 양측 집회 참석 인원은 오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탄핵 반대 집회에는 약 600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무대에 올라 올라 대통령을 지지하고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인도 위와 도로가에서는 집회 참가자들이 손태극기는 물론 핫팩과 커피, 컵라면, 빵 등을 나누며 추위를 달랬고, 일부는 컵라면과 차 등으로 점심 끼니를 대신하면서 집회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우리는 극우가 아니라 자유 보수다', '부정선거 규탄한다'는 구호를 연신 외쳐댔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청소년이 무대에 올라 집회 참가자들을 독려하자 박수갈채와 함께 환호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아이를 유치원에 맡기고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정희화(34) 씨는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며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솔직히 전혀 걱정이 되지 않는다"며 "탄핵 결정부터 체포영장 발부까지 모두 불법이기 때문에, 영장 집행이 이뤄질 수가 없다. 게다가 대통령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이곳에 똘똘 뭉쳐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저지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탄핵 찬성 측 역시 150m쯤 떨어진 무대에서 자유 발언으로 맞대응했다.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 무대차량과는 한 블록 정도 거리를 띄워 마주보는 방식으로 무대차량을 세워 양측이 서로를 향해 소리치는 구도를 만들었다.
국물 어묵을 파는 차량과 유자차, 커피, 휴대폰 충전 천막에는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모여들어 허기를 달래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마이크를 잡은 박준의 국민주권당 상임위원장은 "경찰이 대통령을 체포하는 일이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데, 국민이 윤석열을 체포하는 것이 국격을 올리는 일이다"며 "여론전을 중단하고 순순히 체포에 응하길 바란다"고 했다.
탄핵 반대 집회와 찬성 집회 참석자들이 마주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관저 앞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찬성 측 집회 장소를 지나쳐야 하는 등 통행로가 겹쳤기 때문이다.
오후 1시 45분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탄핵 반대 집회 참석자 3명이 관저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찬성 측 집회 장소를 통과하려 하자, 찬성 집회 측과 경찰이 몸으로 이를 막았다. 물리적 충돌은 막았지만, 이들은 서로를 향해 욕설을 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날 오전 탄핵 찬성 시위에 나왔다는 장예원(37) 씨는 경찰과 함께 온몸으로 충돌을 막고 있었다. 장씨는 "3일 계엄령이 떨어진 이후, 인천에서 하던 음식점을 닫고 꾸준히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오후부터 집회 참석자들이 늘어날 텐데, 좁은 인도에서 두 세력이 충돌하는 일이 더욱 잦아질 것 같아 자발적으로 정리에 나섰다"고 했다.
양측의 고조되는 집회 열기에 경찰 경비태세도 삼엄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편도 6차로 중 3개를 점령했고, 기동대 차량 12대가 동원돼 차량 통행을 관리했다. 양측 집회 참가자들이 인도 위를 빼곡히 메운 가운데, 경찰은 인도 사이 골목에서 차량이 나올 수 있게 간이 울타리를 세워놓고 차량 통행을 힘겹게 통제했다.
편도 6차로 중 3개 차로를 점령한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자 교통 혼잡은 더욱 심해졌다.
이날 오후 5시쯤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주최한 조합원 결의대회가 열렸다. 조합원 약 300여 명은 이날 오후 4시가 지나자 관저 앞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차로 3개를 점령하고 앉아 대통령 퇴진과 체포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의선(35) 금속노련 조직부장은 "생업이 있다 보니 일을 끝내고 오느라 5시에 다 돼서 집회 현장에 도착했다"며 "눈 내릴 때도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무리해서라도 체포영장이 집행될 때까지 계속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박종준 경호처장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날 오후 사직서를 수리하면서 경호처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 대행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민전, 주선한 백골단 기자회견 철회 "기자회견자 정확한 정보·배경 파악 못해 송구"
尹 탄핵 정국 속 여야 정당 지지율 '접전'…민주 37% vs 국힘 36.3%
尹측 "나라 반듯하게 하려 계엄…이번 혼란만 넘기면 성공"
보수 지지층 결집, 힘 얻은 與…원팀 뭉쳐 '野 입법폭주' 막았다
"구치소에서 尹 만나겠구나 기대했는데"…조국, 또 옥중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