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탄핵 정국'에서 침묵하고 있는 TK 국회의원들

입력 2025-01-03 05:00:00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온 나라가 사실상 '심리적 내전(內戰)' 상태에 있다. 서울에서는 탄핵 찬반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대구경북 거리 곳곳에도 탄핵 찬반 현수막이 즐비하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대구경북 의원들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3선 이상 중진 국회의원들이 수두룩하고, 국민의힘 최다선(6선) 의원이자 국회 부의장까지 있지만 존재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보수 우파의 성지(聖地)라는 대구경북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지만 지역민들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계엄을 내란죄로 단정 짓고 탄핵하겠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사법부의 판단 없었다. 내란 표현 쓰지 말라."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라고 표현한 것을 정정하라."(강명구·구미을,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김석기·경주)

"야당은 눈만 뜨면 탄핵을 일삼는다." "거대 야당의 횡포를 막고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핵안에 반대표 던졌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 내란 아니냐. 내란 수괴가 누구냐?" "줄탄핵으로 나라가 결딴나더라도 이재명을 지키고, 민주당이 정권만 차지하려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 헌재 탄핵 심판을 서두르라고 하다니 빈대도 낯짝이 있어야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심판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보다 먼저 진행돼야 한다."(임이자·경북 상주문경,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김상훈·대구 서구, 송언석·경북 김천, 권영진·대구 달서구병, 박형수·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 당 대표직에서 당장 물러나게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였다는 한동훈 대표는 제정신인가."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이기주의자(한동훈)와 함께할 수 없다." "(탄핵 찬성한 의원들 향해) 당론을 따를 것처럼 해놓고 뒤통수치면 영원히 감춰질 줄 알았나? 그 이름 밝혀질 것이다."(권영진·대구 달서구병, 임종득·경북 영주영양봉화, 이상휘·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유영하·대구 달서구갑)

대구경북에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총 25명(대구 12명, 경북 13명)이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의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은 탄핵 상황에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국가 비상 상황인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구경북 의원들이 기껏 한다는 말이 '자기 지역구에 특별교부세 몇십억원 확보했다는 자랑'이다. 지금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할 때인가. 이 시국에 국회의원들이 보신(保身)만 생각하는 것은 무책임한 기회주의적 행태이다.

지역 유권자의 지지로 국회의원이 됐지만, 윤 대통령 탄핵 찬반과 관련한 의원 각자의 생각이 지지자들과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르다'고 밝히고, 그에 걸맞게 행동하면 된다. 지지자들과 생각이 같다면, 그에 걸맞게, 다른 눈치보지 말고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닌 행태로 금배지만 계속 달겠다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欺瞞)하는 것이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는 국민의힘 책임도 크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와 지금 침묵하는 의원들의 잘못이 아주 크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탄핵 폭주(暴走)에 맞서 싸우지 않고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의존해 왔으니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