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상냥한 기장님"…함께 일했던 승무원의 편지

입력 2025-01-02 07:32:07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항공 참사 발생 나흘째인 1일 무안국제공항 청사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서 유가족과 시민들이 추모 손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한 켠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손 편지' 수천장이 붙어있는 가운데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과 함께 일했다는 승무원의 편지가 주목받고 있다.

1일 제주항공에서 사고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과 함께 근무했던 승무원이라고 밝힌 A씨의 편지 내용이 공개됐다.

해당 편지에는 "제가 제주항공에 있을 때 너무나 상냥하고 사근하게 동료들을 챙겨주시는 모습이 늘 인상적이셨던 기장님"이라며 "사고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황망하고 슬펐는지 모른다"고 적혀있었다.

이어 "기장님과 부기장님, 사무장님, 승무원님. 마지막까지 승객들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너무 좋은 분들을 잃은 만큼 남아있는 저희도 마음 깊이 애도하고, 평화로운 안식에 드셨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겠다"고 추모했다.

그는 "감사하다. 기장님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며 "부디 평안하세요. '제주 레이오버를 함께한 승무원'"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레이오버는 승객들이 항공기를 빠져나와 경유지에서 24시간 이내에 환승하는 경우를 뜻한다.

앞서 기장의 형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도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편지에는 "우리 왔다.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고마웠고 미안하다. 형이…"라는 글이 담겼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를 몰았던 기장 B씨(45)는 공군 학사장교 조종사 출신으로, 6800시간이 넘는 비행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었다. 2014년 제주항공에 입사해 2019년 3월 기장으로 승급했다. 비행시간은 총 6823시간이며 기장 비행 경력은 2500시간 이상이다.

정부는 오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사고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는 시민 누구나 찾아 조문할 수 있다.

앞서 29일 오전 9시 7분쯤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 2216편 항공기가 무안으로 입국하던 중 추락해 사망자 179명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한 랜딩기어 불발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