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2명 후미서 '극적 생존'…동체 꼬리 떨어져나간 덕

입력 2024-12-30 08:29:29 수정 2024-12-30 09:28:19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파손된 기체 후미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파손된 기체 후미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사고 당시 객실 승무원 2명이 기적적으로 생존한 가운데 이들은 여객기 후미에서 서비스를 맡다가 충돌 과정에서 동체 꼬리 부분이 떨어져나가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여객기 참사에서 탑승객 181명 중 남자 승무원 이모(33)씨와 여성 승무원 구모(25)씨를 구조했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수색 초기 구조된 이들은 비행기의 가장 뒷부분인 꼬리 후미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항공기엔 기장과 부기장 2명, 객실 승무원 4명이 타고 있었다.

기체 앞뒤로 '갤리'라 불리는 간이 부엌에 객실 승무원 2명씩 근무하고 이착륙 시에도 이곳의 좌석에 착석하는데, 이들은 사고 당시 승객 좌석보다 뒤인 후미 갤리 내부에 앉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사고 발생 직후 비행기는 콘크리트 외벽과 충돌한 후 폭발해 산산조각 났으나 꼬리 부분만 일부 형체가 남았다. 충돌 과정에서 여객기 동체가 찢어지며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가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현 전남 무안소방서장도 브리핑에서 "꼬리 부분만 조금 형체가 있고 나머지 부분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다. (생존자들은) 꼬리 쪽에서 구조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통상 항공기 사고 때 꼬리 부분 생존율은 높지 않은데 죽음이 이들 코앞에서 멈췄다"고 설명했다.

한편, 생존자들은 사고 직후 인근 병원에서 치료한 뒤 서울 병원으로 이송됐다. 남성 승무원 이모(33)씨는 목포 한국병원 이송 뒤 '어디가 아프냐'는 질문에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도착을 앞두고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비행기가 다 착륙한 것 같았는데 이후는 기억이 없다"며 "내가 여기에 왜 오게 된 것이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서울병원 주웅 병원장은 오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기억상실증을 특별히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트라우마와 회복 방해 등을 우려해 사고 당시 상황과 관련해선 자세히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목포 한국병원에서 왼쪽 어깨가 골절되고 머리 등을 다쳤으나 맥박은 정상이며 보행도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대서울병원에서는 제9·10흉추, 좌측 견갑골, 좌측 제1·10늑골 골절과 두개골 바깥 부분의 부종, 두피·이마 부분에 열상 등 다발성 외상을 진단받았다.

주 원장은 이 씨가 신경 손상으로 전신마비 등의 후유증 가능성이 있어 집중 관리 중이라며, 심리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와의 협진도 예정돼 있다고 했다. 골절 치료엔 몇 주가 걸릴 전망이라고도 한다.

목포중앙병원으로 이송된 여성 승무원 구모(25)씨도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구 씨 역시 발목과 머리 등을 다쳤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전해졌다. 다만 구 씨는 이날 오후까지 현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의료진 역시 정신적 충격을 우려해 참사 소식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중앙병원 의료진은 "환자가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어디가 아픈지 등에 대해 말을 했고, 혈압도 정상이었다"며 "다만 머리 오른쪽에서 피가 많이 흘러 혈관에 손상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다리가 깔려있었는지 오른쪽 발목이 부어 있었다"고 했다. 구씨는 목포중앙병원에서 봉합 치료와 정밀 검사 등을 받았다.

구 씨는 이날 저녁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붕대로 머리를 싸맨 구씨는 패딩점퍼와 이불로 얼굴과 몸을 덮고 침상에 누운 채 응급실로 이동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 3명이 구 씨의 곁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