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 "韓 전공의 사직, 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입력 2024-12-28 13:30:00

'응급의학뉴스'(Emergency Medicine News) 캡쳐.

미국의 의료전문가가 한국에서 일어난 전공의 집단 사직을 보고 "미국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경고하는 목소리를 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에 있는 비영리 의료기관 '프리즈마 헬스(Prisma Health)'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프로그램 책임자인 토마스 쿡 박사는 최근 '응급의학뉴스'(Emergency Medicine News)에 '한국 전공의 위기: 미국 의료 시스템이 주는 교훈(The Korean Residency Crisis: A Cautionary Tale for U.S. Health Care)'이란 기고글을 통해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쿡 박사는 "한국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됐다. 수련병원 역할을 하는 3차 병원들은 하룻밤 사이 전체 의료진의 40%를 잃었다. 수많은 수술이 취소됐고 의료 접근성은 떨어졌다"며 "한국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이 명성과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된 직업을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정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쿡 박사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지출 등을 통제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있을 수 있지만 젊은 의사들을 향한 과도한 통제와 개입은 오히려 의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쿡 박사는 "한국처럼 미국 정부도 고령화 인구로 인한 늘어나는 의료비를 통제하려고 한다"며 "교육 수준이 낮은 비의료 전문가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거나 비싼 시술의 보상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반발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해 과로에 시달리게 하며 (의료비) 수익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이들이 불만 없이 이를 감수할 것이라는 가정은 매우 위험한 게임"이라며 "한국의 경험은 하나의 경고"라고 했다.

이어 "미국 전공의들도 최근 낮은 급여와 가족 부양이 어려운 복지 패키지에 대한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올해 8월 기준 미국 수련병원 28곳은 전공의 노조와 협상을 통해 급여와 복지를 인상했다. 만약 한국처럼 미국 전공의의 90%가 파업에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