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자초한 선관위…정치적 혼란 속 중립성 외면
'이재명은 안 됩니다' 현수막은 조기 대선 가능성 고려해 불허
헌재가 아직 판단 안 했음에도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한 셈
나경원 "이러니 부정선거 의심"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판하는 현수막 게시를 불허하면서 공정성 시비로 도마 위에 또다시 올랐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 선관위가 중립을 철저히 지키는 한편 더욱 무겁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상수로 둔 듯한 판단을 내놓으면서 공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부산 수영)이 자신의 지역구에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됩니다'라는 현수막을 건 것을 사전 선거운동으로 판단해 불허 방침을 밝혔다 번복한 것이다.
선관위는 조국혁신당이 정 의원 지역구)에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고 적은 현수막을 거는 것은 허용했다.
선관위는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이 대표에 대한 표현은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총선은 아직 3년 이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정 의원에 대한 표현은 사전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 됐으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남은 상황에서 선관위는 탄핵인용 및 조기대선 국면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선관위가 이 대표를 위해 사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이러니까 선관위가 '부정선거' 의심을 받는다"고 날을 세웠다.
정연욱 의원도 지난 23일 선관위에 대해 "공정한 관리자 역할을 잘해달라"고 항의에 나섰다. 정 의원은 이날 수영구 선거관리위원회 앞에 '선관위 섣부른 결정 그럴 줄 알았다', '선관위는 공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도 걸었다.
쏟아지는 비판에 선관위는 결국 지난 23일 오후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주재 회의를 열고 판단을 번복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이는 최근 수년 간 국민의힘을 겨냥한 문구는 허용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문구는 불허하는 등 공정성 시비가 반복된 영향도 크다.
선관위는 특히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민주당에 편향된 판정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캠페인에 대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을 연상시킨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내로남불' '위선' '무능'이란 단어는 "특정 정당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율배반적인 이유로 불허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보다 앞서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 후보가 내건 '친일청산', '적폐청산' 문구는 허용하면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쓴 '민생파탄' 문구를 불허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선관위는 최근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을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을 준비하다 이를 보류하기로 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데다 선관위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린 책임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선관위가 스스로 신뢰와 권위를 잃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만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요즘은 선관위가 모든 판단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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