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유재민] 결과와 과정의 평가

입력 2024-12-22 13:07:26 수정 2024-12-22 18:04:20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어떤 대상의 가치 규명을 위해 실시되는 평가는 향후 판단과 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목적과 대상에 따라 평가의 기준과 항목이 매우 다양할 수 있으며 높은 가치가 인정되는 분야일수록 전문성과 공정성이 요구된다. 예술은 단순히 미를 창조하고 표현하려는 활동을 넘어 사회적 변화와 문화의 발전을 촉진하는 행위로서 다각적 측면에서의 평가가 필요하다.

비물질적 특성을 지닌 문화와 예술은 즉각적인 성과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행정적 시각에서는 민생, 경제, 안보 등 필수적이고 시급한 분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지 않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되기에 다양한 기준에서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이 성과 중심의 경향과 상징적 성공의 욕구에 따라 가시적인 결과 위주로 평가받게 되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될 수 있다.

예술의 창작과 문화의 형성은 본질적으로 실험적이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예술을 정의하는 방식과 기준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에 따른 문화적 영향력 또한 가변성을 갖게 된다. 이러한 문화와 예술의 특수성이 배제하고 획일화된 정량적 기준에 맞춰 평가가 이루어지게 되면 창작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 평가를 의식해 경제적 효과나 대중적 인기를 지향하게 되면 예술성과 독창성이 소외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과정은 결과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단계로써 과정의 경험을 통해 결과에 이르는 길을 알게 된다. 평가자 역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소통으로 과정에 참여해 의도와 맥락을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 과정을 중시하는 태도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그리고 결과물을 경험할 이들을 위한 정성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정에 충실했던 치열한 순간들은 유의미한 결과에 이르는 동력이 된다.

사람의 사고와 태도에는 관성이 존재한다. 과거의 반복된 경험으로 형성된 습관은 변화에 대한 저항을 초래한다. 관성은 안정적이고 일관된 행동을 가능하게 하지만 고정관념으로 인해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새로움과 변화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와 예술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과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성을 자각하고 사고와 태도의 전환을 논리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관적이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화와 예술은 일반적 기준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해 관성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각에서 흐름을 파악하고 가능성을 예측해야 한다. 지나치게 혁신적이고 당시의 사회적 가치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시대에서 저평가된 예술은 장르를 불문하고 수많은 사례를 남긴 바 있다.

현재의 결과는 미래로 가는 과정이다. 결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과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얻은 경험과 학습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행동을 통해 인식이 생겨나고 평가가 이루어진다. 축적된 평가는 평판으로 되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