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 2025 매일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평

입력 2025-01-02 06:30:00 수정 2025-01-02 10:59:09

황선미 동화작가
황선미 동화작가

매우 다양한 소재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미래 세계 판타지, AI 문제, 성적 스트레스 등은 동화의 단골 소재라 할 만큼 이번에도 많은 편이었다. 20대 응모자가 적은 편이었고 중장년층 응모자가 많았는데 이는 동화에 대한 관심이 전 연령대로 확장됐음이기도 하고 은퇴 전후 세대가 새로운 활동 무대로 동화 창작을 주목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번 심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과 북한 이탈 주민 소재를 다루는 양상이 달라진 점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존재를 안쓰럽게 바라보고 포용의 미덕을 강조하던 기존의 방식 혹은 보호의 대상으로 그려내던 방식이 그들을 평범한 대상으로 묘사하는 태도는 반가운 진일보로 보인다.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이 쓰레기로 남한에 떠밀려 와서 환경문제를 언급하는 이야기도 전에 없던 방식이라 흥미로웠다.

140여 편이 넘는 작품 중에서 20여 편을 고르고 최종 5편을 후보로 올렸다. 그중에 '고양이 119'와 '적당한 아이의 적당하지 않은 하루'를 두고 고심했다. 두 작품 모두 제목에서부터 시선을 끌었다. 그리 대단치 않은 일상에서 주목한 소재라는 점도, 소위 큰 문제라고 보기 어려운 일상성에서 이야기를 찾아내고 인물을 성장시킨 점도 비슷했다.

'적당한 아이의 적당하지 않은 하루'는 능청과 서사 전개 감각이 좋은 작품이었다. '적당히'만 하면 사는 게 편하다 믿었던 주인공이 '하필이면'으로 엮인 상황 때문에 타인과 교감하고 새로운 감정을 배우는 과정이 미더워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고양이 119'는 정류장에 남겨진 새끼 고양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매뉴얼의 사각지대 혹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주변 상황을 잘 그려냈다. 우리의 이중성을 은근히 꼬집는 시선이 흥미롭기도 하고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는 등 섣부른 감정을 남발하지 않은 점도 공감할 만했다. 이 작품의 미덕은 감상에 매달리지 않고도 소수자의 편이 되어주는 점, 책임을 지는 태도에 있다. 앞으로도 진득한 작품을 쓸 수 있는 작가라는 신뢰감으로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