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후폭풍 덮친 산업현장 "경제 우군 없다"…거야 입법 폭주 불안

입력 2024-12-18 18:30:00 수정 2024-12-18 20:25:53

대왕고래·원전 예산 삭감·상법 개정안 밀어붙이기…野 주도 국정 운영 우려 확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4년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주도적인 국정 운영에 대해 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원전 관련 예산 등 경제 부흥을 위해 필수적인 예산을 삭감한 데 이어 재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도 밀어붙이려 하면서 무차별 입법에 따른 불안 심리가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다.

탄핵 정국이 본격화되면서 여야 간 극심한 대립과 국정 운영의 마비 상태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산업계와 경제계는 급변하는 국제 경제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정부의 역할 부재로 '나홀로 생존'에 나섰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 현대 등 대기업은 기능이 정지된 정부를 대신해 비상경영 상황 대응을 위한 전략 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산업계가 요구하는 규제 완화나 지원 정책을 논의할 경제 우군이 없다"며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당장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을 당론으로 정하고 연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이에 지난 17일 주요 경제단체장들은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기업 숨통을 끊는 상법 개정안은 반드시 제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의 예산 삭감으로 내년도 성장률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내년 성장률에 대해 "애초 1.9%로 예상했는데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0.06%포인트(p)가량 긴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언급했다.

탄핵 정국으로 올해 경제성장률도 당초 2.2%에서 2.1%로 수정됐다. 이 총재는 "추가경정예산안이나 중요한 경제 법안이 여야 합의로 빨리 통과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여야 합의로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처리하고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정책 공백과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정부 차원의 지원과 조율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대표는 "민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탄핵'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에 정부의 역할이 사라지고 거야가 기업과 산업을 옥죄는 불합리한 법안을 계속해서 쏟아낼까 두렵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