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까지 카페 헤이마 갤러리
카페 헤이마 갤러리(대구 동구 파계로 583)의 알록달록한 가구들 위로 무게감이 느껴지는 흑백의 작품들이 걸렸다. 앞다퉈 피어난 꽃의 형상 같기도,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우주 속 별의 모습 같기도 하다. 사진에는 미처 담기지 않는 두터운 마티에르들이 관람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전한다.
이곳에서 열네번 째 개인전을 여는 김해성 작가는 종갓집 며느리로, 두 아들의 엄마로 살아오다 40대 후반 붓을 쥐었다. 어느 날 신문에서 본, 대구수채화협회 회장과 아시아수채화연맹 조직위원장 등을 지낸 고찬용 화가의 전시 소식이 그의 마음을 뒤흔든 것.
고 화가의 색감과 구도에 끌려 사사(師事)한 것이 8년.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었다. 매년 공모전에 도전했고 전시 경험을 쌓았다. 비전공자였기에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해, 2015년 신라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수채화로 은은하게 풍경을 그려내며 기본을 다진 그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푸른 빛의 수채화가'로 잘 알려진 김상용 화가로부터도 배움을 구했다.
2020년쯤, 아트페어 출품을 계기로 아크릴을 사용하기 시작하며 변화의 물길을 텄다. 기존의 수채화 위에 마티에르가 돋보이는 아크릴 물감을 올려낸 작업을 시작한 것.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우주' 시리즈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표현이 좀 더 강렬해졌다. 인조 돌과 나무껍질 등 다양한 재료를 붙이고 쌓아올려 입체감을 더하며, 나이프를 던지고 물감을 뿌려 순간적인 에너지를 표현한다. 부조회화에 가까운 그의 작품은 조명에 따라,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연출한다.
그는 "작품에서 생명력과 힘이 느껴지는 것은, 진심으로 나의 에너지를 쏟아 부어 헌신을 다한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그림이 곧 나라는 생각이다. 내가 소모되더라도 나의 모든 것을 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빈 캔버스에 혼돈과 무질서를 그려내고 나면 오히려 나의 내면에는 질서와 평온한 에너지가 깃든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지금까지는 바탕을 다진 것일뿐, 이제야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누군가는 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오며 억눌린 것을 이제야 토해내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것을 떠나 진정 예술가로서 이뤄내고 싶은 예술세계가 있습니다. 지금도 작품을 구상할 때는 소풍 가기 전날 들뜬 아이처럼 밤새 설레며 고민하기 일쑤인데, 나중에는 내 속에서 어떤 그림이 나올지 스스로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더욱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표출해보려 합니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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