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얼어붙는데 3시간 지나 늑장 제설…"폭설 땐 무방비" 팔공산 주민들 분통

입력 2024-12-16 17:43:30

15일 이른 오전부터 경찰, 공단 측 동구청에 제설차량 요청
동화집단시설지구 상인들 "단체손님 예약 취소 되고 매출 피해"
동구청 "사전 기상 예보 없어서 당일 신속 대처 어려워"

지난 15일 오전 팔공산순환도로가 밤사이 내린 강설 영향으로 빙판길이 된 모습. 독자 제공
지난 15일 오전 팔공산순환도로가 밤사이 내린 강설 영향으로 빙판길이 된 모습. 독자 제공

지난 15일 도로에 눈이 얼어붙어 교통이 통제된 팔공산국립공원 순환도로에 제설차량이 투입 요청 3시간 20분이 지나서야 투입돼 논란이 일고 있다. 주말 영업을 준비하던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은 지나치게 오랜 시간 발이 묶였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6일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대구 팔공산에는 새벽 5시쯤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1.1㎝의 눈이 쌓였다. 강설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영하권 추위에 도로가 얼면서 대구경찰청은 이날 오전 8시 50분쯤부터 오후 12시 20분까지 대구 팔공산순환도로(파계삼거리~팔공CC) 10㎞ 구간 교통을 통제했다.

문제는 교통통제 이후에도 한동안 제설차량이 오지 않아 작업이 지연됐다는 점이다.

도로가 얼었다는 주민 신고를 접수하고 경찰이 동구청에 제설차량을 요청한 시점은 이날 오전 6시 40분. 국립공원공단 팔공산국립공원 동부사무소도 오전 8시쯤 동구청에 순환도로변 제설작업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동구청 제설차량은 관계기관 요청 3시간 20분이 지난 오전 10시쯤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통통제에 돌입한 지 한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팔공산 인근에서 상인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동화마을시설지구 상가번영회에 따르면 이날 교통통제로 식당 한 곳 당 단체예약 3, 4건이 취소됐고 매출도 지난주와 비교해 30% 줄었다.

이들 대다수가 주말 영업 준비를 위해 이동 중인 상태에서 제설작업이 지나치게 길어진 탓에 영업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동화지구에서 백숙과 칼국수 등 한식당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제설작업만 일찍 했더라면 도로 통행이 가능했을 텐데 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나 시내버스도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상인들 대다수가 도로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고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팔공산 인근 도로 상당수가 가파른 경사로인 상황에서 제설함 등 응급조치 수단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윤환 동화마을시설지구 상가번영회 회장은 "당시 모래라도 뿌려보려고 제설함을 찾아봤지만 길가에 제설함 하나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며 "무방비에 가까운 상황에서 폭설까지 내리면 주민 안전마저 위협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기상청 예보가 늦어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기상청의 눈 예보가 있었다면 제설제를 살포하거나 제설 차량을 준비시키는 등 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지만 기상 예보가 당일 새벽에 발표돼 신속한 대응을 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