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여 명 몰린 대구 시내 탄핵집회…탄핵 가결에 환호·떼창

입력 2024-12-14 20:59:33

탄핵소추안 2차 표결에 4만5천명 운집…1차 표결 당시의 '2배'
생중계 지켜보던 시민들, 가결 발표에 일제히 기립·환호
기쁨 나누는 군중 사이, "앞으로가 더 중요" 신중한 의견도

14일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일대에서 열린
14일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정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14일 5시쯤, '보수 텃밭' 대구 시내에서도 시민 수만명의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거리에서 생중계로 탄핵 표결을 지켜본 이들은 함께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는 등 표결 결과를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퇴진 대구시국대회' 주최 측은 이날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일대에 무대와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오후 4시부터 국회 탄핵 표결을 생중계했다. 이날 경찰은 공평네거리부터 중앙네거리까지 약 500m구간을 통제했다.

시민들은 생중계 전부터 도로를 채우기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한 쪽 방향 도로만 통제하던 경찰은 결국 도로 양방향의 차량 통행을 모두 막아야 했다. 결국 경찰은 집회 중간 대중교통 통행을 위해 한 차선을 다시 확보했지만, 시민들의 격한 항의에 이 과정이 잠시 지연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시민이 4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지난 주말 1차 표결 당시 모인 인원이 2만명으로 추산됐던 것에 비하면 약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실제로 현장엔 지난주에도 집회에 참석했었다는 시민들과 이날 처음 나왔다는 시민들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

중구에 사는 이모 씨는 "지난주 토요일에도 왔었는데, 표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분하고 안타까웠다"며 "오늘은 정말 탄핵안이 가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시 참가했다"고 말했다.

수성구에 사는 서모 씨는 "지난주엔 날씨도 춥고 '어쨌든 가결되겠지' 하는 생각도 들어 굳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부결되고,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도 여전히 탄핵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더라. 이건 아니다 싶어 결국 나오게 됐다"고 털어놨다.

시민들은 저마다 손에 탄핵을 요구하는 팻말을 들고 "윤석열 탄핵하라" "국힘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구호를 외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표 과정을 차분히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안이 가결됐음을 발표하자, 참가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일부는 옆 사람을 끌어안거나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주최 측이 이문세의 '붉은 노을' 노래를 틀자 대부분의 참가자가 이를 따라 불렀다.

장내가 진정된 이후 주최 측은 예고한 집회 일정을 이어갔다. 이후 현장에선 대체로 탄핵안 가결을 환영하는 반응이 오갔다.

중구 주민 김모 씨는 "내란 혐의를 받는 사람이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하는 건 상식에 어긋난다. 이제야 정의를 되찾아 가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반면 비교적 신중한 의견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구에서 왔다는 김모 씨는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헌재에서 탄핵이 통과될 때까지 마음 놓아서는 안될 것 같다"고 했고, 수성구 주민 강모 씨는 "국내외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국정 정상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