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에도 돌아가는 입시 시계…의대 교수·학부모 "당장 중단해야

입력 2024-12-12 13:02:45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남겨져 있다. 연합뉴스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에 의사 가운이 남겨져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으로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전국 의대 교수, 학부모,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등이 내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정부와 대학 등에 요구했다.

이들은 정국 불안정으로 의료 관련 정책들이 모두 멈춘 상황에서 내년도 의대 신입생 정원이 예정대로 늘어난다면 의학교육 현장은 향후 10년 이상 부작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2일 의협 비대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의대를 운영하는 전국 대학 총장들에게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의협 비대위는 이날 발표한 브리핑문에서 "최근 전국 의대생들은 내년 3월에도 복학할 수 없다고 결의했고, 내년 상반기 전공의 지원율은 8.7%에 불과하다"면서 "교육 농단과 의료 농단의 해결을 미루면 해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교육부는 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없으니 총장들이 나서서 정부의 교육 농단을 막아야 한다"며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보다 앞서 의대 교수 단체와 의대생, 학부모들도 내년도 신입생 모집 중단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성명을 내어 "의대모집 절차를 전부 멈추고, 2025학년도 의대모집인원을 기존 정원인 3천58명을 최대치로 해 각 대학 여건에 맞춰 재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대생 학부모 모임인 전국의대학부모연합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어 "지금 당장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중지해야 한다"면서 교육부에 즉각적인 의대모집 중지 지침 공표를 요청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9일 "의학교육 현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기관으로서의 마지막 소신과 양심에 따라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정지해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국 대학의 입시는 계속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가톨릭관동대 의대가 지난 11일 오전 2025학년도 수시모집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 데 이어 전국 의대들이 오는 13일까지 의대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 발표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발표되는 의대 수시모집 합격자 수는 총 3천118명으로, 기존 의대 신입생 정원 3천58명보다 많다.

여기에 더해 오는 31일부터 시작되는 정시 모집까지 시작되면 2025학년도 의대정원 조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망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의대 정원 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 주고 있다. 지난 11일 행정안전부는 2025년도 한시적으로 교육부 산하에 의학교육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의대교육지원관'과 '의대교육기반과'를 각각 신설하는 '교육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안'을 오는 16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의료계와 정부는 복지부가 비상계엄 사태로 의료개혁 방안 논의가 어려워졌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당장 의대 증원에 관한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의대 증원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