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준희 문명고 교장 "학교 선생님이 갖는 교권의 핵심은 수업권과 교과서 선택권"

"민족사학의 합리적 결정에 정치이념 개입 안될 일"

임준희 문명고 교장. 박상전 기자

교과서 채택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문명고등학교 임준희 교장이 매일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학교 선생님이 갖는 교권의 핵심은 수업권과 교과서 선택권"이라며 "어떤 세력도 교권을 침해해선 안 되며, 만약 교권이 침해된다면 자율적인 학교 교육은 불가능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 한국사 검정교과서 선정 문제로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문명고는 국가 검정을 받은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전국에서 이 교과서를 채택한 유일한 학교다. 해당 교과서는 다른 8종의 좌편향 교과서보다 더 균형 있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집필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교육자로서 소신껏 채택했는데 전교조와 민노총 등 좌파 단체들이 내용을 왜곡하면서 이념공세를 벌이고 있다.
- 선정 과정은.
▶교과서는 민간 출판사가 집필하면 국가가 국가표준에 적합한지 심사한다. 일종의 교과서의 KS 규격인 셈이다. 우리는 합격한 9종 중에서 선생님들로 교과협의회를 구성해 심사·평가를 했고, 최종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쳐 확정했다.
- 친일이나 부실 교과서라는 주장에 대한 입장은.
▶우리 학교는 구한말 일제 침략에 맞서 민족계몽운동가들이 청도에 세운 '문명보통학교'가 전신이다. 당시 전국적 애국계몽운동이 일어났고 안창호의 대성학교, 이승훈의 오산학교 등이 이때 설립됐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 공립화되었다가 1966년에 부활했다. 이런 민족사학에 대해 친일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명예훼손이다. 특히 우리가 채택한 교과서가 친일이나 부실했다면 기본적으로 국가 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 학교의 교과서 선택은 '교권'이라고 주장했는데.
▶선생님의 '교권'은 수업하는 권리와 수업에 쓸 교재를 선택할 권리가 가장 핵심이다. 외부의 누구도 간섭하고 침해하면 안 된다. 그래서 헌법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해 놓았다. 따라서 교권 침해를 한 단체를 교권보호특별법에 따라 고발해 놓은 상태다.
-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어떤 반응인지.
▶학부모들은 처음에는 왜곡 보도를 하니까 긴가민가했었지만, 직접 교과서를 보고, 또 학교의 설명을 듣고는 문제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좌편향 세력들의 좌표찍기식 이념공세인 것을 간파한 것이다. 학생들은 평온한 상태에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남의 학교 일에 왜 간섭하냐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 교과서를 바꿀 의향은 없다는 말인가.
▶전혀 없다. 오히려 균형 있는 역사의식을 기르는 것이 역사교육의 목표이므로 다른 시각의 교과서를 하나 더 채택할 예정이다. 2개 교과서로 수업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어 편향 시비를 종식하고 더 폭넓은 시각의 역사의식을 기를 수 있게 하겠다.
- 광역자체단체의 부교육감 출신이 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는 일은 전국에서 유일한 사례다.
▶학교는 시계에 비유하자면 초침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학교에 근무하지 않았다면 선생님들의 고충을 몰랐을 거다.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교육부 출신으로 굵직한 교육정책을 진행한 바 있으나 원래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한참을 돌아서 원래 꿈꾸던 학교로 와서 일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