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지혜롭고 우아하게, 즐겁고 유쾌한 어른이 된다는 것

입력 2024-12-10 06:30:00

'즐거운 어른'의 표지

노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 어떤 노년을 맞이하게 될까요? 돈 많은 어른? 존경받는 어른? 거창한 유산과 말을 남기는 어른? '나이는 얼굴의 주름이 아니라 자세에서 드러난다'며 자세를 꼿꼿이 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고, '두고 보아야 할 사안이나 인물들'을 오래오래 구경하고 싶어서 건강관리에 힘을 쏟겠다는 어느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좋은 본보기가 됩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마도 모두에게 두려운 일일 것입니다. 한 번도 도달해 보지 못한 미래, 그 미래를 먼저 맛본 인생의 두 선배가 불안해하는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 즐거운 어른이 인생의 골든 에이지를 살아가는 방법

'즐거운 어른'의 이옥선 작가는 독보적인 말하기와 글쓰기로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수필이 실리기도 한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입니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76세의 이옥선 작가는 김하나 작가가 살면서 가장 많이 읽은 책이자 보물 1호라고 밝힌 육아일기 '빅토리 노트'에서 이미 범상치 않은 필력을 선보였습니다. '빅토리 노트'는 아이를 기르며 매일을 기록하던 전업주부가 육아를 끝내고 남편을 배웅하며 인생의 모든 숙제를 끝낸 뒤 이어지는 노년의 일상과 지혜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어른'은 '빅토리 노트'에 이은 이옥선 작가의 두 번째 책입니다. 1부 '인생살이, 어디 그럴 리가?'에는 까칠한 할머니의 호탕한 일갈이 담겼습니다. '야, 이노무 자슥들아', '결혼 생활에 해피엔딩은 없다' 등 1부에 속한 글의 제목만 봐도 거침없음이 느껴집니다. 2부 '나에게 관심 가지는 사람은 나밖에 없음에 안도하며'에는 그 명랑과 기상이 배가된 글들을 모았습니다. 오랜 세월 한국 사회를 견뎌온 한 여성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뜨겁게 때로는 시원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나이 든 어른이 제시하는 거대한 담론도 아니고, 거창한 통찰력을 과시하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그저 3년간 교사로 일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된 채 전업주부로만 살아온 한 여성이 자신을 돌아보는 성실한 기록이자, 지금도 매일 목욕탕에서 세상과 사람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정돈하며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재미나게 노는 법을 알고 있는 한 노년의 평범하고 사소한 기록입니다. 그 일상성과 사소함으로 아름답지요. 명랑하고 자유로운 할머니, 이옥선은 '즐거운 어른'을 통해 노년기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나이 듦의 즐거움을 전합니다. 기력이 쇠하고, 삶에 미련이 없어지고, 세상만사 시들해질 것만 같은 노년기는 마음먹기에 따라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생생하게 증명해 냅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세상에 관심을 가지면 배움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유머를 잃지 않으면 일상은 즐거운 일투성이고요.

◆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는 어른의 지혜와 태도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의 표지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는 한국 대중음악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김창완이 라디오 프로그램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청취자들에게 답한 편지와 직접 쓴 오프닝을 엮은 책입니다. 손으로 그린 47개의 동그라미 중 두어 개만 그럴듯한 것처럼, 회사 생활도 47일 중 이틀이 동그라면 동그란 것이라고 위로한 편지는 SNS와 블로그에 오랫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청취자에게 산울림 막내 김창익을 잃은 상실감을 고백하며 건넨 편지도 눈물겹고 따스합니다. 책에는 따뜻한 격려뿐 아니라 어그러진 일상에 실망할 것 없고, 매일매일 만들어지는 졸작들도 그 자체로 예쁘다는 김창완만의 인생관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어제의 슬픔과 비애를 '뭐, 별거냐?' 하며 대수롭지 않게 털어버리고 오늘의 자전거 바퀴를 힘차게 굴리는 그만의 경쾌한 삶의 태도가 돋보입니다. 과거의 영광이나 상처를 돌아보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내딛는 걸음걸음에 집중하는 그의 태도는 그가 늘 현재진행형 아티스트인 이유를 잘 보여줍니다. 행복조차 경쟁의 일부가 되어 버린 사회에서 김창완의 말과 글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본질을 상기시킵니다. 아픔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별 볼 일 없는 하루에 감사하며, 어제의 슬픔과 후회는 새 아침에 털어버리고, 거창한 의미보다 오늘 뜬 달의 예쁨에 감탄하는 그의 태도는 독자에게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울 것입니다. '정작 그는 한순간도 고여 있지 않았다'라는 박준 시인의 말처럼 작가는 책을 통해 '늘 새로운 어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