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은 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후폭풍을 수습하겠다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담화를 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현재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할지 추정하는 게 골자인 글을 이날 저녁 페이스북에 남겼다.
보수 정치권의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트렌드인 '배신자 프레임'을 강조한 게 엿보인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오후 6시 55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통(정치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키는 별칭)도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오래된 검사 시절 인연을 가리켰다.
그는 "자기 손으로 검사로서 키우고, 자기 손으로 법무(부) 장관 깜도 아닌 걸 파격적으로 임명하고, 자기 손으로 쌩판 초짜를 (국민의힘)비대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으로까지 임명했는데, 그런 애가 자기를 배신하고 달려드니, 어찌 통탄하지 않겠는가?"라고 추측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오전 자신에 대한 탄핵안 표결 전 담화 내용을 가리키며 "당에 위임한다고 했지, 언제 그애(한동훈 대표)에게 위임한다고 했나?"라며 "그런데 그애가 자기 보고 아무런 헌법적 근거 없이 직무배제한다고 발표하고, 마치 자기가 대통령인양 행세하려고 하니,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없지는 않다는 뉘앙스로 "정치란 그런 겁니다. 자업자득입니다"라고 정치 선배로서 훈계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래도 힘 내시라"며 "죽을 때 죽더라도, 그대는 아직도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라고 위로했다.
▶홍준표 시장의 최근 페이스북 글 릴레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호칭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변한 게 눈길을 끈다.
그는 비상계엄 사태(선포와 해제)가 이어진 후인 4일 오전 8시 2분쯤 페이스북으로 첫 반응을 보였는데 "충정은 이해하나 해프닝이었다"며 비교적 너그러운 태도 및 두둔하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5~7일엔 '텐션'을 높였다. 아무래도 정치 경력이 짧은 두 사람(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을 국민의힘이 받아들인 '두 용병'으로 지칭, "철부지 용병에게 사태 수습을 맡길 수 있겠나?" "당 꼬라지하고는" "용병 두 사람이 국사가 아닌 개인적인 감정을 이유로 저지르고 있는 반목이 나라를 뒤흔든다" "용병 한 사람(윤석열 대통령)은 위험한 병정놀이를 했고 또 하나의 용병(한동훈 대표)은 그걸 미끼삼아 사감(私感)으로 탄핵놀이를 하고 있다" 등 비속어를 쓰고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병정놀이'라고 강하게 비꼬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다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이 부결이 된 후 당일 오후 11시 16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탄핵이 부결된 건 참으로 다행"이라며 '대통령께서는'이라고 다시 정중한 태도를 담아 지칭, 책임총리제 도입과 임기 단축 개헌 추진을 촉구했다.
그랬던 게 오늘(8일) 오전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총리의 공동담화를 접한 직후 오후 1시 49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동훈 대표를 향해 텐션을 높였다. 그는 한동훈 대표를 향해 '너' '니' 등의 지칭을 하며 "더 혼란 오기 전에 너도 사퇴해라"고 했고, 특히 전날(7일) 당 원내대표직 사의를 밝힌 추경호 원내대표를 언급, "추경호보다 니가 더 책임이 있는데, 추경호는 사퇴하는데, 니는 왜 책임을 회피하냐?"면서 "야당과 담합할 생각 말고 사내답게 니가 사퇴하는 게 책임정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날 저녁에 재차 올린 페이스북 글에선 '배신'이라는 단어를 거듭해 사용,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어떤 심정일지에 대한 추정을 바탕으로 그간 꾸준히 해 오던 한동훈 대표에 대한 '디스(저격)'를 일명 배신자 프레임을 바탕으로 날린 맥락이다. 한동훈 대표를 '애'라고 지칭한 점도 눈길을 끈다.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사법연수원 23기)과 한동훈 대표(27기)의 인연은 한동훈 검사가 2003년 서울지검 형사9부에서 SK 분식회계 사건 관련 최태원 회장을 수사했고, 이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한나라당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도 연결되며 만들어졌다.
당시 대검 중수부에 있던 윤석열 검사가 한동훈 검사를 눈 여겨 봤고, 이후 한동훈 검사가 요직 중 요직인 대검 중수부에 합류하며 함께 차떼기 수사를 한 걸 시작으로, 두 사람은 2006년 현대자동차 비리 사건, 외환은행 론스타 부실 매각 사건, 2016~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등 지금도 회자되는 특수 수사를 함께 했다.
참고로 홍준표 시장도 검사 출신인데, 한참 선배인 사법연수원 14기인데다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 손에 이끌려 정계 입문을 했기 때문에(이때는 윤석열 대통령의 1991년 33회 사법시험 합격 5년 후이자, 1994년 사법연수원 수료 2년 후이다. 또 한동훈 대표의 1995년 37회 사법시험 합격 1년 뒤 시점), 두 사람(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대표)과 같이 근무하거나 검찰 내에서 어깨가 스친 등의 접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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