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아님 겁먹지마"…전남대 단과대 회장, 尹 계엄 옹호글 논란

입력 2024-12-04 18:31:07

전남대학교 정문 전경
전남대학교 정문 전경

5·18민주화운동의 진원지인 전남대학교의 한 단과대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선포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따르면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단과대 회장 A씨는 인스타그램에 윤 대통령의 담화문 내용 일부를 게시했다.

이와 함께 A씨는 "간첩이 아니고서야 겁먹을 필요도 없는데 계엄 선포가 쿠데타도 아니고. 법에서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이기도 하고 질서를 위해서는 가끔 통제가 필요하다"며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할 만큼 지나치게 견제가 심하긴 했다"고 올렸다.

이어 4일 오전 1시 1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하고 가결하자 A씨는 "여론이 이렇다면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거겠지"라고 재차 글을 올렸다.

그의 글을 본 전남대 학생들은 "간첩이 아니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니 5·18 때 희생된 분들은 간첩이라서 당했냐" "정치적 성향을 떠나 어떻게 비상계엄을 옹호하냐"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전남대가 어떤 학교인지도 잊고 애교심도 없이 '적절한 통제'를 운운하며 계엄령을 두둔하나. 아버지뻘 되는 선배 동문들 면전에서도 저런 말을 읊조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는 전남대가 5·18의 발상지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댓글도 달렸다.

그러자 A씨는 "경솔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저의 부족한 언행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전남대는 1980년 5월 18일 민주화운동의 진원지로 역사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으로 휴교령이 내려지자 학생들이 정문에 모여 계엄군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계엄군인 7공수여단이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면서 5·18민주화운동의 단초가 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5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에 국회는 4일 오전 1시쯤 본회의를 열고 재석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지 6시간여 만에 해제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