닝보시 신행정구역 랜드마크…2012년 '건축의 노벨상' 수상
건축가 왕수, 송나라 시대 산수화 '만학송풍도'에서 이미지 구상
대나무 문양 노출 콘크리트 벽, 지속가능 건축 실천해
닝보박물관(Ningbo Museum)을 설계한 건축가 왕수(王樹)가 중국 최초, 세계 최연소(49세) 건축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프리츠커상을 2012년에 수상했다. 건축가의 활동 도시인 닝보, 항저우는 그의 건축으로 세상 널리 알려지며 건축문화 도시를 찾는 방문객이 많아졌다.
상하이에서 쟈싱(嘉兴), 사오싱(绍兴)을 거쳐서 닝보(宁波)로 가던 길이 36km '항저우만 대교' 개통으로 400km를 단축하게 되었다. 2008년 개통 당시 세계 최장 해상대교는 10년 후 개통한 '홍콩-마카오 대교'(55km)로 그 순위가 바뀌었다.
해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던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는 일찍이 상공업이 발달한 역사 문화 도시이다.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발굴한 대규모 해저 유물은 14세기 닝보에서 출발한 난파선 교역물이었다. 당, 명, 청나라 시대에 번성했던 해상 무역항은 지금도 물동량 세계 3위의 항만이다.
◆신행정구역의 랜드마크, 닝보박물관
뜨거운 여름, 해 질 녘에 도착한 닝보는 넓은 녹지공원과 잘 정비된 전통 건축이 조화로운 도시였다. 박물관 근처 숙소라지만 한참 먼 거리이다. 우선 식당부터 찾았다. 지역 전통주 황주(黃酒)에 어울리는 양고기 식당에서 더위가 식을 밤을 기다렸지만, 전통주로 인해 육신은 더욱 더워졌다.
큰 도로에 자동차도 인적도 드물어서 밤의 도시는 조용하다. 중국 도시들이 그렇듯, 넓은 직선도로, 초현대식 고층 건물, 넓은 공원 광장들은 우리의 몇 배 규모와 거리이기에 지도를 찾아 걸을 때는 모험을 감수해야 한다.
한참을 걸어서 만난 박물관은 텅 빈 광장 한쪽에 서 있었다. 멀리서 보면 단순 사각 상자의 창고처럼, 가까이에서는 경관조명 따라 변하는 괴기한 바위산처럼, 오래된 성곽이나 폐선처럼도 보인다. 인적도 없는 낯선 곳의 불안으로 벽돌 건물을 한 바퀴 돌고는 내일 아침을 기대하며 서둘러 나왔다.
박물관은 닝보시 양저구의 새로 계획된 신행정구역에 위치한다. 황량한 도시 광장을 중심으로 북쪽에 관료적인 구 행정부 건물, 남서쪽의 박물관은 시민광장 건너편의 문화 예술 센터와 멀리하고 있다. 워낙 넓은 부지이다 보니 각 건물은 주변 환경과는 무관하며, 도시 광장 각각의 위치에 저마다 기능적 랜드마크 건축으로 서 있다.
주말 아침 9시, 박물관 입구에는 수백 미터 긴 줄이 서 있다. 중국 도시 공공시설에서는 흔한 풍경이다.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탑승 대기시간을 우리 기준처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14억 인구의 중국도 우리처럼 저출산과 인구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중정 공간, 전통 산수화 개념 도입
박물관 입장은 건물 동 측 물을 건너 필로티 아래 30m 넓이의 밝은 중정 공간으로 진입한다. 중정공간은 U-glass 첨단 재료의 빛 투명공간으로 전체적 벽돌과는 다른 분위기이다. 천천히 여유로운 진입 경험을 의도하지만, 첫 입장객들에게 떠밀려서 로비 아트리움으로 들어왔다. 나올 때에 여유로운 시간을 기대했는데 전시 동선 질서를 따르다 보니 후문이다.
1층 아트리움 실내 벽면은 대나무 무늬가 각인된 노출콘크리트이며, 거친 천청의 루버 분위기는 오래전 시간을 되돌리는 듯, 새로운 설계 디자인들이 눈에 띈다. 건물에는 네 개의 중정 공간이 각각 크기와 위치와 용도를 달리하고 있다. 전시장 이동 중에서 언뜻 만나는 중정 공간은 밝은 빛과 쉼터를 제공한다. 건축가 왕수는 중국 전통 산수화 개념 도입을 중요시하며 산, 물, 돌, 나무로 구현되는 자연적 분위기를 공간 곳곳에 숨겨둔 보물찾기처럼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 관람 동선을 따르다 보니 어느 듯 실내를 벗어나 외부 데크에 이른다. 비로소 밝은 한낮의 도시와 먼바다를 내려다본다.
◆ '만학송풍도'에서 박물관 건축 이미지 구상을
박물관 산책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로질러 여행하는 것이며 전시품 감상과 함께 작품으로서의 건축미학을 음미하게 된다. 건축은 옛 항구 도시의 역사와 옛 땅의 자연과 삶을 건축과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 사방은 얕은 물이 둘러싸고 있고 물을 건너서 입장하는 것은 바다 항구 도시와 관련할 것이다. 남쪽 주변은 조약돌 해변처럼, 북쪽 물 구간은 강남 수향(水鄕)처럼 갈대 연못의 전통 정원의 풍경이다.
반듯한 직사각형 평면 배치는 상층부에서는 4개 블록으로 나누어진다. 기울어진 벽 형태는 항구에 정박한 선박처럼, 또는 추상적 산(山)과 계곡으로 자연 풍경을 의도한다. 그의 건축에서는 중국 전통을 담는 작업을 일관되게 실천하고 있다. 천 년 전, 송대(宋代)의 산수화 '만학송풍도'에서 박물관 건축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하고 '중국미술학원 상산캠퍼스'설계에서는 건축이 자연환경에 혼연일체가 되는 왕희맹의 '천리강산도'를 이미지화하였다 한다.
◆ 오래된 벽돌의 건축, 도시의 흔적과 역사의 시간
박물관 건축의 첫 표정은 건물을 감싸고 있는 오래된 벽돌과 다양한 타일 외관이다. 도시 재건축 현장에서 철거된 40여 종, 600만 개의 오래된 낡은 벽돌, 기와, 석재를 수집하여 외장마감 재료로 사용하였다. 이것은 당, 송(唐, 宋) 시대까지 수백 년 도시의 흔적과 역사 시간을 건축에 담는 의미이다.
이곳 흙으로 빚은 벽돌과 점토 타일들이 사라지기 전, 다시 박물관 새 건축의 소재가 되었다. 다시 시간이 지나서 벽돌 벽은 이끼와 담쟁이로 뒤덮이고 시간 자연과 융합될 것이다. 높이 24m의 경사 벽면에 모양과 색상 크기가 각각 다른 벽돌, 기와, 석재의 수공예적 공사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처음 설계안이 발표되었을 때, '현대화 도심 행정구역에 과거 낡은 재료로 새 건물을 짓는 것이 합당한가?' '현대적인 도시 환경과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논란과 반대에 직면했다.
건축가는 현장 기술 감리를 자임하며 진행한 결과 공사비를 크게 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초기 8년간의 공백기에 공사 현장 일을 경험과 벽돌(파벽돌) 사용을 연구 실험을 통해 자신의 건축 철학을 정립한 결과였다.
◆대나무 문양의 노출 콘크리트, 입면의 창
새로운 디자인 요소는 대나무 문양 노출 콘크리트 벽이다. 중국에서 흔한 대나무를 엮어 콘크리트 거푸집으로 활용했다. 대나무 무늬가 벽면에 각인되는 콘크리트 벽 시공은 공공건축에 처음 시도한 창조 예술이 되었다. 자연과 주변 환경에 융합된 벽돌질감의 자연색상, 대나무 노출 콘크리트 벽의 시도는 아름다운 예술성과 함께 에너지절약, 환경보호 및 지속가능 건축을 실천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는 급속한 현대건축의 첨단 기술화에 대립되는 자세이기도 하다.
벽돌과 노출콘크리트 표정과 함께 곡선 지붕, 입면 창 디자인은 그의 건축적 특징을 가진다. 불규칙 속의 규칙, 무질서 속의 질서의 창문 디자인 입면을 구성한다. 어떤 건축에서는 창문 본연의 기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표현주의적이다.
◆지역주의 건축가 왕수
프리츠커 심사에서 왕수의 건축을 이렇게 평가했다. '건축에서 과거와 현재의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도시화 과정에서 전통적 기반에 중심을 두어야 할지 미래지향적이어야 할지가 주요한 쟁점이다. 왕수의 건축은 지역적 맥락 성에 뿌리를 두고서도 현대적 보편성을 획득하며 그 논쟁을 초월하고 있다.' 닝보박물관 건축은 '가장 시대적인 건축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물관 설계 이전, '중국미술학원 상산캠퍼스' 건축 역시 철거 현장에서 수집한 300 만개의 낡은 벽돌과 기와 조각으로 실험적 건물을 지었을 때 '항저우에서 가장 추한 건축'으로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건축 학장으로 재직하며 캠퍼스 마스터플랜과 건축 교육 책임자로 자신의 건축 철학을 반영한 여러 건물과 구마켄코, 알바로 시자 등 유명건축가 작품들이 있는 캠퍼스이다.
최상대 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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