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연령 기준 65세에서 75세로 점진적 상향, 2050년 1200만명 수준 유지하도록 해야
66~74세 젊은 노인들, 노노케어 등 경제 활동 하도록…정년 피크임금의 40~20%로 기업 부담 줄여
쓸쓸한 임종 없도록 '재가 임종 제도' 도입 주장, 외국인 간호조무사 국내 취업 허용해서 노인 돌봄 투입
부영그룹 자녀당 1억원씩 출산 장려금 지급…파격적인 출산 장려책으로 화제 낳아
"먼 산에서 눈덩이가 굴러오듯이 이미 우리 시야에 (눈덩이가) 보일 때는 굉장히 커져서 감당을 못합니다. 노인 대책을 서둘러야 합니다."
대한노인회 회장인 이중근(83) 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부영그룹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초고령화 문제를 '눈덩이'에 비유하며 "지금 시작해도 늦다"고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9대 노인회장에 취임하면서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75세까지 높이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젊은 노인'(65~74세)들이 생산 활동에 계속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저출산에 따른 경제 활동 인구 감소와 노인 복지 대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복안이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기대수명 66세를 고려해 정한 노인 연령 기준이 82.7세(2022년 기준)로 기대수명이 늘어난 현재 시대상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제언의 반향은 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중요한 문제로 보고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르신 세대가 먼저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셨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이 회장 제언을 언급하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을 보이는 우리 사회는 노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외에도 취임식에서 재가 임종 활성화, 인구부 신설, 대한노인회 중앙회관 건립 등 4대 핵심 목표를 발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노인 연령 기준을 75세로 올리자는 제안이 화제가 됐습니다.
▶(노인인) 우리 당사자가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모양이 좋죠. 우리가 노인답고 노인의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겠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을 한 겁니다. 노인이 노인답게 복지 혜택을 누리거나 후손들로부터 대우받으려면 아무래도 노인 숫자 자체도 줄여서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하자는 제언의 내용은?
▶현재 1천만명인 노인 인구가 2050년에는 2천만 명이 된다고 합니다.(정부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달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노인 연령 기준을 65세부터 매년 한 살씩 75세까지 점진적으로 올려나가면 10년간은 노인 숫자가 늘지 않겠죠. 돌아가시는 분도 생기니까요. 그렇게 해서 2050년에는 노인 인구를 적정 수준인 1200만 정도로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 그렇게 노인 인구를 조정해야 하는 이유는?
▶인구 5천만명 중에 노인 2천만명, 어린이·청소년까지 빼면 생산 활동 인구는 2천만 명 밖에 안됩니다. 그 2천만명이 노인 2천만명을 감당해야 한다면 국가가 어디로 갈 거예요? 노인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복지 문제가 국가에 큰 부담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 아닙니까? 그런 문제에 대비해서 노인 숫자를 줄이면 생산 활동 인구는 늘고 우리 사회의 노인 부양 부담은 줄 것입니다. 또 노인도 희소하게 돼 노인다운 노인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노인 고용 부담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생산활동에 동참하도록 해 기본수당(정년 피크임금의 40~20%)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가령 65세 때의 임금을 정점으로 66세에는 40%를 주고 이후에 연 2%씩 하향시키면 나중에는 20%를 받게 됩니다. 월 500만 원 받던 사람이 75세에 월 100만 원을 받는 셈인데 작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정부의 노인복지 관리예산이 20조~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아는데, 회사와 정부가 일정액씩 분담하는 식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으리라 봅니다.
- 초고령화 사회에 품위있는 노인의 모습은?
▶첫째로 노인 숫자가 적어야 됩니다. 그리고 노인일수록 겸손하고 청년들이 보기에도 참 우리가 본받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도록 처신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노인) 숫자가 적어야 해요.
- '재가(在家) 임종' 제안도 화제가 됐습니다.
▶예부터 우리 시골에서 어른들 돌아가실 때는 집 안에서 다 모여서 보시는 가운데 임종 하셨죠. 그런데 요즘에 많은 노인들이 가족들로부터 방치된 채 요양원에서 노년을 보내며 쓸쓸히 임종을 맞고 있습니다. 노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지내며 집에서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외국 간호조무사 국내 취업을 허용해서라도 그런 지원을 하자는 생각이죠. 내국인과 2인 1조로 조를 이뤄 간병 서비스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골에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해 급식 서비스도 하고 건강 상태도 살필 수도 있겠지요.
- 부영그룹이 캄보디아에 간호대학을 설립한 이유는?
▶캄보디아에는 간호대학을 설립해서 학생을 모집 중이고, 라오스는 간호대학 설립인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현지에선 간호대를 나와도 마땅히 일할 곳이 없습니다. 이들을 간호조무사로 양성해 국내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해 보려고 합니다.
노노(老老)케어처럼 60~70세 활동력 있는 노인들이 더 고령의 노인을 돌보는 일을 할 수도 있겠죠. 국내에선 노인을 케어할 인력이 근본적으로 많이 부족합니다.
- 부영그룹에선 자녀당 1억원씩 출산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인구가 줄어든다고 외국 인력을 무한정 들여올 수는 없습니다. 저출산 문제는 학교 학생이 모자라고, 밥이 안 팔리고 일꾼이 모자란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군인이 부족하고 경찰이 모자라게 된다 말입니다. 그것만은 막아야 국가가 존재하지 않겠느냐 그 말입니다. 그러려면 지금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회사는 좀더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 출산 장려책을 발표했으니, 내년 초쯤 성과가 나오겠네요.
- 평소 사회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계십니다.
▶'집의 목적은 소유가 아닌 거주에 있다'는 생각으로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지만 사회공헌에도 모범을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영그룹은 지난 2월 2021년 이후 출산한 직원들에게 자녀당 현금 1억원, 총 70억원을 지급하는 출산 장려 제도를 실시했다. 또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신념으로 '우정학사'를 설립해 대학에 기부하는 등 현재까지 1조1800억원이 넘는 기부활동을 펼쳤다)
- '인구부' 신설을 제안하신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인구 대비 관리청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생지원, 청소년 및 가족, 노인복지 기능을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정부부처를 신설해 향후 국가에 필요한 인구 수준까지 관리하도록 하는 게 마땅합니다. 노인 문제나 저출산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 대한노인회장으로서 포부 말씀은?
▶현재 노인인구가 1천만 명가량인데 가입률이 약 30%에 머물고 있습니다. 50% 정도는 돼야 대표성을 가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노인회가 노인들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단체가 되도록 회원 확대 운동을 부지런히 추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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