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치원·학교 63개교에서 급식 대신 대체식으로 제공
일부 학부모 "처우 개선 이해하나 매년 학생 볼모" 쓴소리
21일 정오쯤 찾은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평소 같았으면 북적였을 급식실은 텅 비었고 조리실 문은 잠겨 있었다. 대신 1학년 교실 안에는 교사들이 빵과 단백질 바, 과일 주스를 학생들에게 나눠 주느라 분주했다.
학교 급식 조리실무원, 환경미화원, 경비원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급식 대신 빵과 음료 등 대체식이 제공된 학교의 풍경이다.
대구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이하 대구학비연대회의)는 21일, 22일 이틀간 저임금, 복리후생 차별 등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지역 파업에 돌입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교육공무직 8천229명 중 653명(7.9%)이 파업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이날 지역 유치원 3곳과 초등학교 32곳, 중학교 16곳, 고등학교 12곳 등 모두 63개교에서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
일부 학생들은 집에서 유부초밥, 볶음밥, 과일 등 도시락을 싸 와 대체식과 함께 먹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 한 학생은 "친구들과 같이 빵을 먹으니까 색다르다"라고 말한 반면 다른 학생은 "밥이 좋은데 내일도 또 빵을 먹어야 한다"며 입을 삐죽 내밀기도 했다.
학교 급식이 파행 운영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은 우려와 불만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달성군 한 초등학교 학부모 김모(40) 씨는 "워킹맘이라 아침 시간이 빠듯한데 다른 아이들이 도시락을 싸 온다고 하니 우리 아이만 안 싸줄 수 없어 1시간 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줬다"며 "학부모들의 부담도 만만치않을 듯한데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성구 한 초등학교 학부모 배모(37) 씨는 "지난해는 (파업이) 하루였는데 올해는 이달 2번, 다음 달 1번으로 총 세 번이라고 들었다"며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건 이해하지만 매년 죄없는 학생들만 희생양이 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사는 "점심시간 후에도 수업, 사교육 등 다른 활동들이 많은데 아이들이 빵만 먹어서는 힘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며 "교사들은 대체식이 따로 제공되지 않는데 아이들이 빵을 먹는데 혼자 도시락 먹기 좀 그럴 것 같아 도시락을 안 싸 왔다"고 말했다.
한편,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 중 300여 명은 이날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 분수대에서 '총파업 승리대회'를 열고 대구시의회까지 2㎞가량 가두 행진을 했다.
앞서 노조와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2022년 12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 돌입, 지난달 18일까지 11차례 본교섭과 31차례에 걸친 실무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 측은 기본급 인상과 별도로 ▷급식실 인력 충원 및 노동 강도 완화 ▷방학중비근무자 상시직 전환 ▷당직경비원 주1회 유급휴일 적용 ▷조합원 장기재직휴가 및 퇴직준비휴가(10일)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달 6일에는 전국학비연대회의 주최로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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