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도심 한가운데, 한국 문화유산의 보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간송미술관. 서울 간송미술관과 더불어 대구 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를 소장하며, 민족의 자부심을 드높이고 있다.
대구 간송미술관을 찾은 날, 평일 이른 시간부터 많은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대구 간송미술관의 첫인상은 현대적인 감각이 살아있는 건축물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전시품들은 우리의 역사적 뿌리였다. 어릴 적 교과서에서나 봤던 유물을 직접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었다.
먼저 1전시실로 들어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회화와 서적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전시실로 건너가 가장 기대했던 작품 신윤복의 '미인도'를 만날 수 있었다. 작품 앞에 선 순간, 세심하게 그려진 여인의 모습이 단순히 그림 이상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여인의 얼굴은 단아하고 우아한 표정을 담고 있었고, 고운 한복 자락이 부드럽게 펼쳐져 있었다. 그림을 가까이서 보니 옷의 주름과 무늬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어 조선 후기 여성의 복식과 미적 기준을 그대로 엿볼 수 있었다. 주름 하나,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마치 그림 속 여인이 지금 이곳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했다.
단순히 아름다운 여성을 그린 초상화가 아니라, 당시 사회의 분위기와 미적 감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였다.
다음 3전시실에서는 현대미술 작가와 함께하는 <훈민정음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 특별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훈민정음해례본을 낭송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데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사람의 목소리와 발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낸 소리의 집합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본의 원본을 직접 볼 수 있는 공간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다.
해례본은 한글의 창제 원리와 목적이 상세하게 설명된 문서로, 세종대왕이 한글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기록한 귀중한 유산이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놓인 해례본은 은은하게 비친 조명과 함께 그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된 해례본을 처음 마주한 순간, 그 작은 책 한 권이 이렇게 큰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다가왔다.
문서에 적힌 한자들을 읽을 순 없었지만, 글자들 속에 담긴 세종대왕의 깊은 애정과 사려 깊음이 절로 느껴졌다. "사람마다 쉽게 배우고 익혀, 모든 백성이 글을 알게 하려는 것" 그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그가 남긴 업적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4전시실에서 눈길을 끈 것은 바로 국보 제68호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매끈하게 빚어진 청자에 새겨진 학과 구름은 그 정교함과 우아함으로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수백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정교하게 보존된 도자기를 눈앞에서 보는 경험은 경이로웠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니, 무엇보다 상감기법의 정밀함이 놀라웠다. 매병에 정교하게 새겨진 구름과 학은 그저 문양이 아니라, 마치 살아 움직이는 그림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이런 세밀한 문양을 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들어갔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려 시대 도공들의 섬세한 손길이 그대로 느껴지며, 그들의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은 그 자체로 고려 도자기의 독창성과 장인 정신을 온전히 담고 있었다. 그 우아한 곡선과 균형 잡힌 비율, 그리고 섬세한 문양들은 단순한 도자기가 아니라 예술의 결정체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5전시실에서는 전통적인 전시 형식을 넘어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실감형 영상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훈민정음해례본, 청자 상감 운학문 매병, 신윤복의 미인도 등 주요 문화재와 예술 작품들을 디지털로 재현하여, 직접 보는 것과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간송미술관을 관람하는데 약 1시간이 소요됐다. 1시간이 꽤 짧게 느껴졌고 우리나라의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드시 방문해 볼 만한 곳이었다.
대구 간송미술관은 대구의 문화적 자산이자,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지키고 알리는 중요한 장소다. 이곳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만나는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해당 기사는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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