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첫 곡 'Void' 발표…10대 멤버들이 프로듀싱 등 곡 제작 전 과정 참여
"청소년의 소다 같은 청량함으로 대중들의 마음을 녹일 것"…멜팅소다 멤버 최세아·윤수빈 씨 인터뷰
"자퇴한 지 2년" 학교 밖 청소년의 삶…"불이익 많지만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어"
"너 우연히 나를 발견한다면 나를 비춰줄래, 텅빈 내 마음을 채워줄래? 말해줄래 너도 나와 같다고. 내 맘을 채워줘,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대구 수성구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 음악동아리 '멜팅소다(MeltingSoda)'가 지난 달 발표한 'Void'의 가사다. 다섯 명의 10대 청소년들이 직접 지은 이 가사에는 짝사랑에서 오는 혼란스러운 마음과 방황하는 사춘기 청소년의 감정이 풋풋하게 실려있다.
박보라(17), 승짱(가명·18), 소라(18), 윤수빈(18), 최세아(18) 등 학교 밖 청소년으로 구성된 '멜팅소다' 멤버들은 지난 5월부터 프로듀싱 전문가와 함께 프로듀싱 과정을 배우는 등 음원 발매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
세상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멜팅소다의 멤버 최세아, 윤수빈 씨를 지난 4일 수성구 꿈드림 센터에서 만났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 구성된 그룹 멜팅소다를 결성했다. 그룹 소개를 해달라.
▶최세아(이하 최): 청소년 그룹이라는 정체성을 드러낼 이름을 고민했다. 청량함이 느껴지는 단어가 '소다'였다. 거기에 우리의 목소리로 대중들의 마음을 녹이겠다는 의미에서 '멜팅'을 넣었고 그렇게 '멜팅소다'라는 그룹 명이 탄생했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를 했다고 들었다. 'Void' 음악 소개를 한다면.
▶윤수빈(이하 윤): 10대 청소년의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에 부푼, 달콤한 이야기는 아니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는 어린 나이에 방황하는 감정을 담아보자는 의견으로 수렴돼서, 한 쪽만 사랑을 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공허한 감정들에 대해 다뤘다.
-멤버가 다섯 명이다. 애로사항은 없었나.
▶최: 처음에는 각자 하고 싶은 장르부터 달랐다. 누구는 락을 하고 싶어 했고, 누구는 사극풍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다. 짝사랑을 바라보는 관점도 사람마다 다르더라. 누구는 '내 모든 것을 바치고 싶다'고 말하는가 하면, 누구는 '내가 널 좋아할 자격이 될까'하고 주저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열망, 열정도 강해서 타협점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리들끼리 주 2~3회씩 모여서 따로 회의했다. 그래도 같이 하는 활동에 대한 책임감도 그만큼 강해서 결과물을 낼 수 있었다. 프로듀싱 해주신 루카스 팍, 오캉 선생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인 '꿈드림 센터'에서 공고를 내면서 신청하게 됐다던데, 신청을 한 이유가 궁금하다.
▶최: 지금 멤버들이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들이다. 지금이 아니면 할 시간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성구가 특히 꿈드림 센터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원도 많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청소년들은 대외 활동 정보를 교내에서 많이 얻는 반면 학교 밖 청소년들은 정규 교육이라는 경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정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꿈드림 센터가 그런 문제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다. 어린 나이에 사회가 규정한 큰 룰이나 틀에서 벗어나겠다는 결정을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22년 9월 자퇴를 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너무 많더라. 실력 면에서 뒤처진다고 생각하니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어머니께서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하셨다. 학교를 나오니까 그림에 대한 압박감을 느낄 필요가 없고 자퇴하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최: 2020년에 중학교를 다니다가 자퇴를 결심했다. 내 경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모두 외국에서 다녔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귀국했고 한국 중학교로 전학을 왔다. 한국어 능력이 좋지 않다 보니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겠더라. 또 한국 생활 자체가 낯설어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온라인으로 미국 고등학교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자퇴하게 됐다.
-학교를 다닐 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윤: 너무 공부만 시키는 분위기다 보니 다른 진로 경험을 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예고를 가게 된 것도 친구가 가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같은 단순한 이유였다. 자신에 대해 탐구할 시간을 충분히 주면 좋겠다고 느낀다.
-자퇴 후 힘든 점은 없었나.
최: 불이익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냥 대낮에 바깥에 돌아다니는데 어떤 분이 불쑥 다가와서 "왜 학교에 안 있어요? 땡땡이 치고 있는 거예요?"라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학교 밖 청소년이에요"하니까 "그게 뭐예요?"하셨다. 이 개념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인식을 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단순 공모전에서도 그런 일을 많이 겪는다. 참가 자격란에 '고등부 참여 가능'이라고 돼 있는 경우도 있다. 학교 안에 있다면 고등학생이겠지만 학교 밖에 있는 친구들은 엄밀히 고등학생은 아니다. 그럼 추가로 문의해야 한다. 이 자체로 차별적인 거라고 생각한다. 이들을 포용할 말을 자격란에 명시해줬으면 좋겠다.
-다들 학교 밖 청소년이 된 지 2년이 넘었다. 그때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 보자면 어떤 점이 달라진 거 같나.
▶윤: 학교에 다닐 때보다 더 자유롭고, 그만큼 주체적으로 사는 것 같다. 꿈드림 센터 와서도 다양한 직업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좀 더 성장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경제관념이 생긴다. 직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서 노동의 대가 차원으로 지원금을 받는데, 이걸 어떻게 쓰면 더 좋을까를 고민해 보게 됐다.
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지리도 잘 모르고 한국어도 서툴다 보니 많이 위축됐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그런데 대구시의회 청소년 위원, 여성가족부 정책 위원회 청소년 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정책 제안을 하면서 '내가 생각보다 더 많은 걸 해낼 수 있구나'에 자신감이 높아졌다. 자아 존중감도 그만큼 올라서 만족한다.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
▶최: 이 꿈드림 센터의 존재를 모르는 청소년들이 많다. 나 역시 이 센터를 찾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선생님들조차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학교 안에만 계시기 때문에 외부 센터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학생들에게 제안을 하기도 어렵다. 홍보가 잘 되면 좋겠다.
내가 본 몇몇 청소년들은 센터를 알게 돼도 바로 못 간다. 어색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들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오라고 전달하고 싶다. 내 경우 오자마자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센터 선생님들이 정말 잘 이끌어주셨기 때문이다.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 주체적이고 당찬 10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궁금하다.
▶윤: 자퇴를 하고 나서는 일본어, 바리스타 등 다양한 자격증을 따면서 경험의 폭을 넓혔다. 아직 구체적인 진로나 미래를 정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서 결정하고 싶다.
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일례로 최근 여성가족부 정책 위원회 청소년 위원회를 하면서 '학업 중단 숙려제' 관련 정책 제안서를 냈다. '학업 중단 숙려제'는 자퇴를 할지 말지 숙려하는 제도인데, 현재는 학교로 최대한 돌아오게끔 하는 방향으로 돼 있다. 그것 역시 '학교'라는 체제가 옳다는 기준에서 정해진 거라는 생각에 제안한 거다. 이런 일을 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부끄럽지만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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