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VS "감방"…이재명 이름 석 자에 두 개로 쪼개진 광화문 광장

입력 2024-11-16 17:32:53 수정 2024-11-16 18:00:06

민주당 3차 장외집회…"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에 '올인' 尹 정권" 규탄
"울분 느껴, 이재명이 무슨 죄냐…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세종대로 일대에는 보수 단체 집회…"재명아, 감방 가자, 공짜야"
'전라민국은 독재공화국' 피켓 문구에 진보·보수 지지자들 간 충돌도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이재명이 무슨 죄가 있나!"

1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3차 정권 퇴진 장외집회에 집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은 한 목소리로 전날 재판의 부당함을 외쳤다. 이날 행사는 전날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공판서 의원직 상실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이후 열린 첫 집회다.

16일 세종대로 일대에는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16일 세종대로 일대에는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민주당은 이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오후 3시 30분이 넘어가자 광화문 북측광장 앞 도로에 이 대표 지지자들이 속속 모였고 이후 2개 차로를 채우기 시작했다. 집회 시작 시간쯤 모인 인원은 1천명이 넘었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를 특검하라', '윤석열을 거부한다' 등 내용이 적힌 피켓을 손에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 옷을 입은 박모(71)씨는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에 '올인'하는 검찰 독재 윤석열 정권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 탄핵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외쳤다.

서울 관악구에서 이날 오후 12시 30분 도착한 박씨는 "법원이 징역형을 선택했는데 그 형이 정당한가"라고 되물으며 "울분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파란색 모자를 쓴 김모(55)씨는 "이재명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말했다.

16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16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 옷을 입은 박모(71)씨가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에 '올인'하는 검찰 독재 윤석열 정권 반드시 퇴출해야 한다. 탄핵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외치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임모(75)씨는 전라도 광주에서 새벽 5시부터 준비해 '완행열차'를 4시간 타고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작년 광화문 광장 겨울에 나와 어찌나 추운지 통풍도 있는데 덜덜 떨면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또 이렇게 나왔다. 원통하다"며 "오늘 집회 끝나면 9시가 될 텐데 좌석도 없어 퍽 주저앉아 가면 새벽 1시에 집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명이 무슨 죄가 있느냐"라며 "이낙연을 만나면 가래를 뱉어버리고 싶다. 민주주의 암 같은 X"이라고 말했다.

'강남도 민주당원 있다'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옷에 단 이모(57)씨는 "민주화 첫 번째 세대로 그간 시위에 동참하지 못해 마음이 빚이 있던 차에 빚 갚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조국 대표 때부터 정상적이지 않은 법원의 판결이 나와 어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판결에 딱히 충격 받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경복궁에 9살 아들과 방문한 한모(51)씨는 "아들이 이 대표 연설하는 게 멋있어서 또 보고싶다 해 왔다"며 "우비도 챙겨왔다"라고 말했다.

16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집회 한 편에선 이재명 대표 무죄를 위한 탄원 서명이 진행됐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16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집회 한 편에선 이재명 대표 무죄를 위한 탄원 서명이 진행됐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집회 장소 한 편에선 이 대표 무죄를 위한 탄원 서명도 진행됐다. 오후 4시 30분 기준 100명 넘는 지지자들이 서명했다. 탄원 서명에 동참한 A씨는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문구가 적힌 전단지를 받은 뒤, 아이에게 들게 한 뒤 사진을 찍었다. A씨는 "끝까지 이 대표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세종대로 일대에는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16일 세종대로 일대에는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같은 시각 세종대로 일대에는 보수 단체들이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재명 심판! 감옥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트럭에 마련된 무대 위에 오른 사회자가 "이재명을 구속하라"고 선창하자 들고 있던 플래카드를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태극기와 성조기 3개를 각 2천원에 사서 흔들고 있던 김모(53)씨는 "죄를 지어 놓고 당 대표로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자진해서 내려와야 한다"라고 했다.

전라도 군산시 구암동에서 오전 6시에 출발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는 오모(71)씨는 점심시간인 12시 30분 무렵 준비해 온 과일이나 떡 등을 먹으며 자리를 지켰다.

오씨는 "윤석열 대통령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문정숙 여사 과오 얘기는 안 하고, 범죄자가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를 규탄하는 게 뻔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라도가 정신 차리고 깨어나야 한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는 보수 지지자들이 "재명아 감방 가자. 공짜야. 공짜. 밥 주고 재워주고, 공짜"라고 외치기도 했다.

구호를 외치던 김모(78)씨는 "순교 정신으로 나왔다"며 "죄를 지었으면 감방을 가야 하는데, 안 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진보 진영이 벌이는 윤 대통령 규탄 집회는 순수하지 않은 사실상 탄핵용 집회"라며 "아무 이유 없이 탄핵하려 한다"고 했다.

16일 광화문 일대에서 진보와 보수 지지자들 간 충돌이 벌어지자, 이를 지켜보던 경찰이 이들을 말리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16일 광화문 일대에서 진보와 보수 지지자들 간 충돌이 벌어지자, 이를 지켜보던 경찰이 이들을 말리고 있다. 김하나 기자 uno@imaeil.com

진보·보수 지지자들 간 충돌도 있었다. 이날 오후 1시 35분쯤 경복궁 앞에서 김영호(70)씨가 '전라민국은 독재공화국이다', 'X짜이밍'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자, 근처에 있던 진보 지지자들이 욕설과 함께 "가라고 XX야"라고 맞받았다. 김씨가 자리를 계속 지키자, 대치가 이어졌고 이를 지켜보던 경찰이 이들을 말리면서 소동은 5분만에 일단락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저녁 서울 광화문 북측광장에서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장외집회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및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집회 후 시민단체의 '시민행진'에도 합류한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도 이날 연대에 나섰다. 이날 집회는 2일·9일에 이어 세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