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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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多作)하는 경우 연출 시선이 모호해질 때가 있는데도 작품들은 평균 이상으로 관객 점수를 받고 있을 것을 보면 정범철 연극은 대중적이라 할 수 있다. 연극적 특징도 살아있고 서사는 TV 드라마처럼 대중적인 소재의 스토리로 웃음 포인트는 '짠'하면서도 편안하다.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동숭무대 소극장, 이하, 감노슈가)는 (재)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최하는 제3회 연극판(PAAN) 페스티벌 참가작품으로 최근 공연된 우수작품 중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을 초청해 재공연의 기회를 마련하고 있는 연극래퍼토리 축제에 참여한 공연이다.
◇ 감마선에 노출된 슈퍼히어로 '웹툰 같은 원전 이야기'
무대는 템포감으로 달리고 툭툭 치며 웃음을 날리는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앙상블과 민지혁(그린타키온), 류진현(레드플라이), 박신후(블루씨스루), 신정만(스컹크맨), 최영도(멀티), 이민아(멀티), 김연진(멀티) 배우들의 연기호흡에서 관객들은 '빵빵' 터지는데, '감노슈가' 설정부터가 웹툰 같은 플롯 구조로 친근하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처럼 한국적인 초능력자가 된 히어로들이 '국제 히어로 협회'를 탈퇴하고 지구를 지키지 않게 되는 이야기다.
'국제 히어로협회' 회장은 스파이더맨이다. 한국형 히어로들은 중장년층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지구 평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더는 희망이 없어 탈퇴 선언으로 세 명의 히어로가 기자회견을 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무대는 큐빅 몇 개와 기자회견장 분위기를 내는 현수막이 전부다. 멀티들이 등장해 극 중 장면에 전환속도를 내고 웃음을 유도하는 조미료 역할들인데도 극을 몰고 가는 속도감이 좋다. 국내 히어로들은 방귀가 주무기인 스컹크맨, 투시능력이 있는 블루씨스루, 두팔에서 날개가 돋아나 하늘은 날수 있는 레드플라이, 번개맨 처럼 빛보다 빠른 속력을 내는 그린타키온과 멀티남과 멀티녀 정도가 극 중 인물들이다.
극장은 외신 기자회견장이 되고 각자 히어로국제연합 탈퇴 이유가 쏟아진다. 원전(原電) 노출로 졸지에 피해자에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히어로가 된 극 중 캐릭터 설정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 사례를 떠올리게 되고, 2016년 탈원전 선언과 윤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들을 스치게 한다. 원전 '감마선'으로 히어로가 된 세 명의 탈퇴는 지구환경과 원전 정책으로 더 이상 평화를 지킬 수 없어 국민 불안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환치된다. 사회적 의미도 부여하고 슈퍼히어로들의 탈퇴 선언이 웃음 코드를 만드는 것이 '감노슈가'를 견인하는 극의 포인트다.
요즘 논란이 되는 원전 정치풍자도 슬쩍 끼워놓고, 멀티남을 통해 중동전쟁을 소환하는 웃음 양념들이 버무려진다.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의 장점은 웹툰의 전경과 그 맥락에 녹여있는 정범철식 사회풍자성이 웹툰처럼 재밌다는 점이다. 아쉬운 것은 연극적 사유가 아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범철은 연극을 상징과 구조로 돌려 말하지 않고 스토리와 캐릭터로 툭툭 밀고 나가면서도 관객이 무대를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메시지는 선명하면서도 웃음과 극의 포인트를 살려내는 것이 강점이다.
◇ 정범철 작, 연출로 올해에만 다섯작품 릴레이 공연 '밀정리스트'는 전국누비고 서울연극센터 '리플레이' 원로전은 연출 맡아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정범철은 2006년도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로 '옥랑 희곡상'을 받으며 희곡작가로 등단했다. '극 발전소 301'(2008)의 창단 공연 <버스가 온다>로 알리고 < 만리향>이 대표작이 됐다. 2014년도에 개최된 서울연극제와 이듬해 <돌아온다>(작, 선욱현)로 연출상 2관왕에 오르면서 정범철은 작, 연출가로 때로는 연극축제 예술감독으로 바쁜 연극인이 됐다. 올해에만 다섯 작품을 올렸다. <고슴도치가 사랑할 때 >, <감마선에 노출되어 슈퍼히어로가 된 세 명의 박사는 왜 지구를 지키려 하지 않는가>는 작, 연출로 무대화 했고 <뮤직할 가족>, <살인자의 아들>, <까멜리아>를 연출했다.
◇ '중장년 배우의 연극 인생 토크쇼 '리플레이(Re; Play)' 연기경력 평균 50년이상 배우들 총출동 ' 관객반응 높아'
서울연극센터 1층 라운지에서 29일까지 진행되는 38명의 중장년 배우의 연극 인생 토크쇼 '리플레이(Re; Play)' 원로전 연출도 맡았다. 재밌고 의미 있는 서울연극센터 기획프로그램인 '대학로 연극배우들의 한판승부' " 리플레이-전(展)" 에는 중견 배우들의 모노 독백과 배우의 삶, 인생 이야기를 라이브 한 토크쇼로 들을 수 있다. <원로 전>, <소극장 전>, <각양각색 전>, <클래식 전>, <여배우 전>까지 여섯 개 파트로 개성 강한 각양각색한 연출자들이 무대를 만들고 대학로 대표적인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원로 전'에는 배우 김재건, 김화영, 주호성, 민경옥, 이승철 배우들과 다양한 연극 인생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15일 '소극장전'에는 대학로 대표적인 배우인 남명렬, 박지일을 비롯해 김은석, 이지하 그리고 요즘 극단 58번 국도를 창단해 나옥희라는 필명으로 <접수>, <비와 고양이와 몇 개의 거짓말>, 낭독극 <해녀 연심> 등 일본희곡 번역과 연출을 하는 배우 고수희 등과 박혜선 연출로 소극장전을 펼친다. 21일, '각양각색 전'에서는 강애심, 김귀선, 변유정, 이성원, 김춘삼, 박선옥, 윤재진, 장용철 배우까지 김홍주 연출, 공재민 배우 사회로 현장에서 배우들의 모놀로그와 톡톡 튀는 각양각색의 토크전이 이어진다.
22일, '여배우 전'은 강선숙, 김순이, 차유경, 성경선, 이현순 배우들이 배우의 인생과 여배우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관객들과 생생한 연기의 진검승부 토크가 펼쳐진다. 29일 '리플레이' 마지막은 '장녀들'의 남동진, 우미화, 전박찬, 이태훈, 정성호 배우가 이훈경 연출, 문삼화 사회로 진행된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개막식에서 " 앞으로 리플레이전을 발전시켜 작가,연출,평론 분야도 확대해 보겠다"고 밝혔다. 50석 규모로 참가는 무료다.
김건표 대경대학교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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