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의 현물 출자 유도 등 개선 방안
정부의 역할 강조 VS 과도한 규제
14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을 두고 영세 시행사와 창의적인 디벨로퍼(개발업자)가 성장할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 개선 방안의 핵심은 안정적인 자기자본 확충과 역량있는 한국형 디벨로퍼 육성이다. 중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20%)으로 자기자본 비율을 늘리고 종합부동산회사 육성을 목표로 한다.
주요 개선방안은 ▷토지주의 현물 출자 유도(양도세 이연 과세) ▷자본확충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 제공 ▷리츠를 통한 '개발+운영' 전문 디벨로퍼 육성 ▷우수 디벨로퍼 인증체계 마련 등이다.
현실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문을 표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발과 운영은 다른 역량"이라며 "위험부담만 봐도 전자가 더 크다. 인위적으로 육성하기보다는 시장 수요에 맞춰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의 정책 방향은 올바르나 추진 과제 대부분이 내년도에 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효과는 2026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영세 시행업체를 보호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개발업법에 따른 개발업체는 전국 2천400곳이이다. 이 가운데 연 매출 100억원 이하가 95%에 이른다. 무리하게 자기자본 비율을 강화할 경우 줄도산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디벨로퍼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주도하고 경산의 타운하우스 '샤갈의 마을' 등을 조성한 이호경 대영레데코 회장은 건전한 디벨로퍼를 육성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무분별한 시행 사업으로 부작용이 많았다. 개발 부지의 특성과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는 마구잡이식 개발로 인한 후유증이 지금도 계속된다"며 "당장은 영세 시행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정부 규제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디벨로퍼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타운하우스 '로제티움'을 조성한 군월드 이동군 대표는 "디벨로퍼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과도한 규제로 디벨로퍼의 창의적 접근을 막는다"며 "토지주의 현물 출자는 브랜드가 있는 대형 업체가 아니면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촌네거리 인근에서 프라이빗 실버타운 유벤티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이 대표는 "최근 부지 조성비와 공사비가 많이 올라서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며 "자기자본 비율을 과도하게 요구할 경우 소자본으로 창업하는 혁신 기업이 도전하기 힘들고 창의적인 디벨로퍼가 성장할 기회를 막을 수 있다. 담보 위주가 아니라 아이디어나 창의성에 투자하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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