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들고 100억 사업…'PF 위기 요인' 낮은 자기자본 확충 유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현물출자 방식의 개발 활성화 등으로 부동산 PF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것. 이를 통해 현재 3% 정도에 불과한 부동산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오는 2028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14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사업의 수익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으로, 국내 부동산 PF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23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선진국은 자기자본비율 30~40% 수준을 갖춘 시행사가 토지 매입까지 자기자본으로 마친 뒤 건설 단계에서 PF대출을 받지만, 국내에서는 자기자본비율 3% 수준의 영세 시행사들이 총사업비의 20∼40%를 차지하는 토지 매입 단계부터 고금리의 PF 대출(브릿지대출)을 일으키고 이후 공사 단계에서 본PF 대출을 받다 보니 끊임없이 부실 우려를 낳았다. 3억원만 들고 대출로 100억원짜리 사업을 시작하는 꼴이기 때문.
이에 정부는 그간 연구용역(KDI)과 50여 회의 전문가·시행·시공·금융 등 분야별 현장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정부 방안의 핵심은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리츠(PF사업)에 현물 출자하도록 유도해 PF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은 기업·개인 보유 토지를 PF사업에 출자할 때 법인세·양도세를 내야 하는데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과세를 미루기로 했다.
이는 미국에서 1992년 도입돼 리츠 시장의 성장을 이끈 '업리츠'(UP-REITs) 방식이다. 토지주가 땅을 팔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현물출자를 통해 리츠 주주로 참여하면서 사업 수익을 나누면(배당) 토지 매입 비용이 들지 않고 자기자본비율은 높아진다.
김승범 국토부 부동산투자제도과장은 "유휴 토지 현물출자가 활성화되면 토지 매입을 위한 대출 규모가 줄어 사업비 절감과 그에 따른 분양가 인하 효과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기관이 PF대출을 해줄 때는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정하고서 위험 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하도록 한다.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PF대출에 대해 쌓아야 하는 자본금·충당금 비율을 높이면 대출을 더 깐깐하게 해 자기자본비율 확충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형식적으로 진행돼온 금융기관의 PF 사업성 평가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평가 기준과 절차도 마련한다. 정부가 사업성 전문평가기관을 인증하고, 이 기관의 평가를 의무화한다.
안정적인 자기자본비율을 지닌 리츠(개발+운영사업자)에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우선 제공해 한국형 디벨로퍼를 육성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부동산 PF 사업의 유형별, 지역별 현황과 재무 상태 등을 담은 'PF 통합정보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는 지금까지 인허가, 대출, 분양 등 부동산 PF 관련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어서 관련 위험을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사업 착수 단계부터 토지 매매·인허가 현황, 자금조달(재무구조), 분양률 등 사업장별 전 단계에 걸쳐 현황 정보를 정기적으로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국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전체 PF의 상황을 모니터링해 시행사는 공급 상황 판단, 금융사는 대출 심사 시 리스크 진단, 정부는 PF 부실 가능성 모니터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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