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장
"'한쿸'은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혐오 신조어이다. 이는 대한민국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의도로 쓰이는 단어로, '한국'을 고의적으로 잘못 발음한 형태이다. 이 단어는 대한민국 또는 그 국민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되며, 특히 국수주의적이거나 배타적인 태도를 비판하거나 비꼴 때 자주 등장한다."
검색창이나 생성형 AI를 통해 알아본 '한쿸'이라는 신조어의 의미이다.
맘충, 라떼, 의새, 틀딱, 2찍, 대깨문, 대깨윤, MZ, 메갈, 급식충, 꼴페미, 한남충, 한녀, 개저씨, 김치녀, 눈새, 문찐, 토착왜구, 잼민이, 한쿸, 쿵쾅이, 메퇘지, 루저남, 콩심, 지잡대, 삼일한, 버스녀, 쿰척쿰척, 혼밥충….
우리나라 인터넷에서 생성된 후 계속해서 변형되거나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혐오 신조어들이다. 한번 쯤 들어서 알고 있는 신조어가 있기도 하지만 난생 처음 듣고 검색을 통해서야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알게 되는 신조어들로 넘쳐난다.
혐오 공화국으로서의 '한쿸' 위세가 드높다. 신조어를 가만히 살펴보면 알겠지만 혐오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엄마도, 아빠도, 어른과 아이도, 남자도, 여자도, 생활 식습관과 체형, 학교와 직업, 심지어 나이까지 존재에 관한 모든 것이 혐오와 비난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며, 비난의 대상이 나타나서 혐오가 시작되는 게 아니라 혐오와 비난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는 까닭이다.
혐오 신조어는 사회의 특정 갈등을 반영하고, 종종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데 사용되며, 이러한 용어는 갈등을 악화시키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에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점잖은 걱정과 우려는 이미 아무런 힘이 없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는 막연한 한탄에 그치지 말고 생존을 위한 붉은 경고등이 켜진 위기 상황임을 직시해야만 한다. 혐오는 단순히 우리 사회의 다수 또는 소수의 관계를 왜곡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자체에 더 크고 깊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혐오적 표현들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면서 혐오 발언이 더 이상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오히려 유머나 풍자의 형태로 소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는 혐오가 정상화되는 과정을 낳고 있으며, 더 나아가 혐오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를 둔화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혐오 표현이 반복되면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혐오와 차별이 더욱 확산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이러한 혐오 발언이 단지 온라인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혐오적 표현들이 시위 현장이나 대중 앞에서 공공연히 사용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갈등을 격화시키고 사회적 통합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소수자와 취약계층은 이러한 혐오 표현에 노출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고 있으며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맞고 있다.
혐오적 표현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대응이 절실하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일부 혐오 발언을 제재할 법적 장치가 존재하지만 여전히 많은 혐오 발언이 규제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법적 제재가 부족하다 보니 혐오 발언을 사용하는 이들은 큰 제약 없이 혐오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혐오 발언을 처벌하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그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적 노력이 필요하다. 혐오 발언의 문제점과 그 피해를 알리고, 혐오 발언을 사용하는 이들이 자신의 말에 대한 책임을 지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자신이 발언하는 말이 단지 '농담'이나 '가벼운 표현'에 그치지 않으며 타인에게는 큰 상처를 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혐오공화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혐오에 맞설 수 있는 실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혐오 발언이 더 이상 일상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그 위험성과 부작용을 경계하고 사회적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혐오가 아닌 상호 존중과 이해가 기반이 된 사회,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는 건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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