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장애인 기업이세요?"…도서 구매 시 장애인 업체 찾는 대구 학교들

입력 2024-11-14 15:39:02 수정 2024-11-14 22:08:13

대구 학교 도서 구입비 중 장애인 기업 34.01%
학교 법적 의무구매 비율 충족 위해 특정 업체 쏠려
일부 서점 매출 다른 지역 서점보다 최대 50배 많아

1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서점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3일 대구 수성구의 한 서점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혹시 장애인 기업이세요? 장애인 기업과 계약해야 해서…"

대구 지역 학교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장애인 기업으로 등록된 서점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늘어나며 일반 지역 서점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유·초·중·고)는 일반적으로 도서관, 교과용, 동아리 등 사용 목적으로 매년 1천만 원 내외의 도서를 구매한다. 공공기관은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제9조의2 및 동법 시행령 제7조의2에 따라 매년 제품 구매총액의 1% 이상을 장애인 기업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학교들은 이 비율 충족하기 위해 장애인 기업과 주로 도서 계약을 맺고 있다. 현재 대구시 지역서점인증제를 받은 서점 191곳 중 장애인 기업은 6곳이다.

지역 서점을 운영하는 A씨는 "학교와 도서 계약 과정에서 장애인 기업이 아니어서 거절당한 적이 많다"며 "적자로 지역 서점들이 줄줄이 문 닫는 상황에서 우리도 장애인이 되어야 하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토로했다.

대구시교육청 계약체결 현황을 살펴보면, 학교들의 도서 구매 계약에서 장애인 기업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11월 9일 기준 전체 학교 도서 구입비 84억8천749만 원 중 장애인 기업 매출이 28억8천681만 원으로 34.01%를 차지한다. 이 비율은 ▷2022년 19.69% ▷2023년 26.76% ▷34.01%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전체 학교 도서 구입비에서 장애인 기업, 온라인 대형 서점의 비용을 제외하면 지역 서점 한곳의 연평균 학교 도서 납품비는 약 2천300만원이다. 반면 장애인 기업 2곳의 올해 학교 도서 납품비는 10억 원대로 다른 지역 서점 평균의 50배에 달한다.

학교 측은 장애인 기업 구매 실적을 채우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 행정실 직원 B씨는 "국가에서 장애인 기업을 일정 비율 이용하라고 하니 이왕이면 물품을 구매할 때 이용하게 된다"며 "다른 서점이 역차별이라고 한다고 해야 할 것을 안 할 수 없지 않냐"고 말했다.

대구 지역 공공 도서관들은 주로 관내 지역 서점들을 순서대로 돌아가며 도서를 구입한다. 수성구립도서관(범어·고산·용학)은 권역별 지역 서점을, 대구시립도서관은 입찰을 하거나 관내 지역 서점을 돌아가며 이용한다.

타지역의 경우 학교 도서 구매 시에도 공개경쟁인 입찰과 유사한 형식으로 서점을 선정해 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부산 지역 학교들은 1인 수의계약(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 맺는 계약)이 가능한 금액일 때도 2인 수의계약(2인 이상 견적을 받은 후 한곳을 선정해 맺는 계약)을 통해 참여를 희망하는 지역 서점 중에서 추첨 형식으로 선정한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지정해 계약할 경우 같은 업체가 반복될 수 있다 보니 서점들의 민원이 많이 들어왔다"며 "지금은 학교가 업체 선정에 개입하지 않다 보니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 운영비 내에서 학교가 물품을 구매를 하는 것에 대해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매년 지역 서점들과 계약하라고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고 있다"며 "교육청에서 특정 업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니 권고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민지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팀장은 "도서 말고 다른 계약에 골고루 장애인 기업을 이용하거나 서점들을 돌아가며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 않냐"며 "특정 소수 업체들만 살게 되면 지역서점인증제도 의미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더 배려하고 우대해야 되는 게 정의의 원칙"이라면서도 "너무 우대를 해줘서 심각한 역차별이 초래되면 수위를 낮춰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