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응급실 환자 60% 줄어…응급의학 30년전 회귀 우려"

입력 2024-11-10 14:35:49

이성우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10일 의협 학술대회서 발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 환자 옆에 응급실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 환자 옆에 응급실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의정 갈등으로 올해 응급실 이용 환자가 평년보다 60%가량 줄어들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왔다.

응급실 전문의들도 근무 강도가 낮은 응급센터로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성우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10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주최로 열린 제41차 온라인 종합학술대회에서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올해 2월부터 응급실 환자 수가 평년 대비 60% 줄었다"며 "이번 달에 평년 대비 50% 수준으로 조금 회복했지만, 여전히 나머지 절반의 환자는 어딘가에 (방치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시작된 시점이다.

그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근무 강도가 높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기피하는 현상 때문에 앞으로 응급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는 응급실 전담 전문의는 2022년 440.4명에서 2023년 444.8명으로 4명 가량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 전담 전문의는 937.1명에서 1천25명으로 90명이 늘어났다.

이 교수는 "이는 응급의료에서도 권역센터보다 상대적으로 덜 힘든 지역센터로 전문의들이 쏠린다는 의미"라며 "의정 갈등으로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수련의가 96% 이상 빠진 상황에서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응급의학과 의사와 응급환자 최종 치료에 관련된 필수 진료과가 갑자기 붕괴하면서 응급의학과가 3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