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 본토 노렸나…한미 북 파병 규탄 직후 ICBM 발사

입력 2024-10-31 16:41:09 수정 2024-10-31 20:45:25

한미 SCM 다섯 시간 뒤 발사…신형 12축 TEL 이용해 새 ICBM 발사했을 가능성
한미, 美 전략자산 전개해 연합훈련 등 다양한 대응 강력 시행키로

합참이 31일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한미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F-16, KF-16 전투기가 연합 공격편대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합참이 31일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한미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한미 F-16, KF-16 전투기가 연합 공격편대군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일지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북한이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그래픽]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일지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북한이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이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국 대선과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 등을 의식한 도발로 해석된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규탄한 직후에 ICBM 도발을 감행했고, 미국 대선을 닷새 앞둔 시점에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최장 비행에 최고 고도

북한이 동해상으로 고각(高角)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비행시간이 86분으로 역대 최장이며 최고 고도도 약 7천㎞를 넘어 역대 최고로 분석됐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31일 오전 7시 11분쯤 평양 부근에서 북동쪽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약 86분간 비행해 오전 8시 37분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200㎞,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했다.

일본 정부는 비행 거리 약 1천㎞이고 최고 고도는 약 7천㎞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으로 분석됐다.

비행시간은 그동안 북한이 쏘아 올린 미사일 중 최장이고, 최고 고도도 가장 높았다는 게 일본 측 설명이다.

북한의 ICBM 도발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18일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18일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을 쏜 지 43일 만이다.

군 당국은 신형 고체연료 ICBM을 새로운 12축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지난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신형 고체 추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에 북한이 공개했던 12축짜리 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어서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해당 미사일이 기존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 개량형일지, 전혀 다른 새 ICBM으로 봐야 할 지에 대해서는 더 분석해봐야 한다고 했다.

기존 화성-18형도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하면 미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수 있는 수준인 1만5천㎞가 넘게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보다 더 사거리를 늘린 것이다.

이 실장은 그 이유에 대해 더 무거운 탄두를 장착하고도 미 전역을 타격하는 데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대선과 러 파병 규탄 겨냥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미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안보협의회의(SCM)을 개최하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한 목소리로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한 지 다섯 시간 만에 이뤄졌다.

한미의 '북한 파병 규탄'에 대한 불만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북한의 러시아를 위한 파병에 쏠린 국제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속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5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 본토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ICBM을 앞세워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다만 최대 사거리를 내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정상각도(30∼45도) 발사 가능성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고각으로 발사해 수위를 조절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성준 공보실장은 "현재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판단하며,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란 북한의 러시아를 위한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발사는 최근 들어 의도적으로 지역정세를 격화시키고 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해 온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 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며 "우리 국가의 전략공격무력을 부단히 고도화해 나가는 노정에서 필수적 공정"이라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그는 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입장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한 지 다섯 시간 만에 나왔다.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일제히 북한을 강력 비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이날 오전 긴급 NSC 상임위원회도 개최됐다.

NSC 상임위원들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북한의 도발 행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신규 대북 독자 제재를 지정키로 했다. 다만, 신규 대북 독자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미국은 ICBM 발사를 규탄하고 북한에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은 북한의 ICBM 시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 발사는 다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의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번 발사는 국제사회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폭거"라며 "탄도미사일의 거듭된 발사를 포함한 북한의 행동은 지역·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