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만 집중된 반도체 지원, 구미는 외면받는가

입력 2024-10-31 17:14:35 수정 2024-10-31 20:24:58

같은 반도체 특화단지인데…용인 10조 지원 받을 때 구미는 641억원
구미시, 균형발전 차원 9천207억원 소재부품 사업 예타 면제 건의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매일신문DB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 전경. 매일신문DB

경북 구미가 경기도 용인과 함께 지난해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됐지만, 정부가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에 대한 지원만 발표하면서 '수도권 반도체 편중 지원'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구미 산업계는 "구미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의 성장을 도외시한 채 수도권 중심의 지원을 계속한다면, 지역 간 갈등과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6조 원 규모의 금융, 세제, 재정 및 인프라 지원을 포함한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6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 추진 상황과 향후 계획을 다시 발표했다.

이러한 정책은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다수의 지원이 용인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구미 산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도쿄 일극(수도권에 경제적 집중이 심한 현상)이 심한 일본도 구마모토에 TSMC 타운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과 비교해 볼 때, 구미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실제로 용인 반도체 특화단지에 대한 지원은 막대하다. 정부는 용인국가산단에 10조 원 이상의 지원을 약속하며 도로, 용수, 전력 등 핵심 인프라를 신속히 구축하기 위해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도 45호선 이설 확장에 대한 예타 면제 및 국비 지원, 용인 국가·일반산단 통합 복선관로 구축에 대한 예타 면제, 용인 국가산단 내 발전소 건설과 송전선로 구축 등을 포함해 용인지역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의 신속한 조성에 전념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구미에 대한 지원은 극히 부족하다. 지난 16일 경제관계장관회의 당시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모두 발언에서도 구미 지원사업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현재 구미가 확보한 반도체 관련 사업 예산은 641억 원에 불과하며, 이 같은 규모로는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의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어렵다.

구미시는 이에 대응해 9천207억 원 규모의 첨단반도체 소재부품 콤플렉스 구축 사업과 이에 대한 예타 면제를 건의 중이다.

이 사업은 LG이노텍, 삼성SDI, SK실트론 등 주요 반도체 소재·부품 공급기업들이 주도하는 형태로 진행되며, 국산화를 목표로 한 첨단 소재·부품 개발을 지원한다.

그러나 경북도, 구미시, 구미 지역 국회의원들이 산업부와 기재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내긴 어려운 상황이다.

구미 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편중된 지원에 깊은 실망을 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용인에만 집중된 대규모 투자는 지방의 박탈감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윤재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지원이 필수"라며 "정부는 용인뿐 아니라 구미에도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균형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에 본사를 둔 SK실트론 생산시설에서 연구원들이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구미시는 SK실트론 등 선도기업 8곳과 330여 곳의 협력기업을 활용한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에 나설 계획이다. SK실트론 제공
구미에 본사를 둔 SK실트론 생산시설에서 연구원들이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 구미시는 SK실트론 등 선도기업 8곳과 330여 곳의 협력기업을 활용한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에 나설 계획이다. SK실트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