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꿈꾸는 시] 문차숙 '빈손'

입력 2024-11-18 06:30:00

1965년 경북 성주 출생, 1990년 '시문학(詩文學)' 등단
시집 '나는 굽 없는 신발이다' 외, 시조집 '자화상' 출간예정
제3회 전영택 문학상 수상

문차숙 시인
문차숙 시인 '빈손' 관련 이미지. 대구시인협회 제공

〈빈손〉

세월이 가면 앉은뱅이가 되네

낮게 내려앉아

서나 앉으나 매한가지.

나지막한 자가 되어

그들만의 언어 알아듣지 못하고

저들만의 찬란한 세상, 볼 수도 없어

봐도 모르고 안 봐도 다 아는데

당달봉사가 되었네.

다 내려놓고 갈앉으면

한세상 끌고 다닌 이 몸

마음도 한없이 깊어져

되는 것, 안 되는 것도 없어

내 안에 아무것 없으면

모든 것 있는 곳에 내가 있다네.

<시작 노트>

문차숙 시인.
문차숙 시인.

젊은 날은 왜 그렇게 뻣뻣하게 서서, 우뚝 서서 남의 눈에 띄게 하려 했는지? 또 왜 그렇게도 모든 것이 관심사여서 많은 말을 하고 많은 것을 보려 했는지, 다 부질없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를 내려놓고 보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아주 쪼금 알게 되는 것을, 세월은 그냥, 헛되이 가는 게 아닌 것을.